- 지난해에만 20건…사하구 최다
- 도시철도 주변이 37% 차지
- 35% 원인 몰라 더 문제
- 市 예산 타령 무방비

서울지역의 일로만 여겼던 땅꺼짐 현상인 '싱크홀'이 최근 들어 부산에서도 자주 발생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싱크홀은 부산도시철도 주변에서 자주 생기고 있으며 구·군별로는 사하구에서 가장 많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본지가 본격적인 장마철을 맞아 연약지반이 많은 부산지역에서 2010년부터 발생한 싱크홀 사고를 전수 조사한 결과 드러났다.

30일 부산시와 16개 구·군에 따르면 부산에서는 2010년 1월부터 지난 5월 말까지 모두 43개의 싱크홀이 발생했다. 올해 들어서는 지난 3월 24일 오전 10시께 동래구 사직동 한 아파트 앞 도로를 지나던 24t짜리 준설흡입차량의 바퀴가 도로에 생긴 싱크홀에 빠지는 등 총 6건의 사고가 났다.

2010년 4건에 그쳤던 싱크홀은 지난해 20건이 발생하면서 이제 부산도 싱크홀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인식이 확산됐다. 도시철도와 지중화 사업 등으로 지하공간이 늘어나면서 비롯된 현상으로 분석된다. 부산은 서울과 비교했을 때 지반은 약하지만 해안에 있는 만큼 지하 수위의 하락이 적어 싱크홀 발생 건수(5년간 서울은 3300여 건)는 많지 않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부산의 지반은 낙동강 하류에 있어 싱크홀이 많이 발생하는 충적층이 흔한 데다 연약지반으로 구성돼 사소한 싱크홀이 큰 재해를 불러일으킬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실제 1993년에는 구포역에서 서울발 부산행 무궁화호 열차가 지반이 내려앉으면서 기관차 9량 가운데 4량이 탈선하거나 전복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56명이 목숨을 잃고 140여 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당시 현장에는 4~5m 깊이의 커다란 구멍이 생겼다.

지역별로는 모래층이 많은 사하구가 20건을 기록해 압도적으로 자주 발생했다. 전체 발생의 절반을 사하구가 차지한 셈이다. 이어 북구 7건, 서구 4건, 부산진구 3건, 해운대 3건, 연제구 3건 순이다. 도시철도 주변에서 발생한 것이 전체의 37%(16건)로 가장 많았다. 이 중 1호선 구간이 13건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노후 도시철도 구간이 가장 위험한 지역임이 확인됐다. 싱크홀 발생 원인은 상하수도관이나 우수관로 문제일 때가 44%(19건)로 가장 많았다. 하지만 전체의 35%는 아직 원인을 알 수 없다.

이처럼 싱크홀 사고가 잇따르자 부산시는 최신 싱크홀 탐지 장비를 올해 도입하려고 했으나 예산 부족으로 무산됐다. 재해예보 및 구조물 진단 전문 기업 소암컨설턴트 김중열 대표는 "최신 기술을 활용해 도시철도나 지하고속도로 노선 전체 지반의 모든 움직임(지하수위 토사 암반 등)을 점검하면 어떤 위급한 상태에도 대비할 수 있다"며 "상하수도관 교체 구간이 발생하면 광케이블을 같이 설치해 누수 및 싱크홀을 동시에 감시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