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이 없다며 주민 개방을 1년 2개월째 미룬 부산 영도구 부산항대교 하부의 친수공간. 서순용 선임기자

- 시 특별교부금으로 시행 예정

부산의 한 기초자치단체가 예산 및 시설 부족을 이유로 1년 2개월째 친수공간을 놀리고 있다. 친수공간으로서의 시설은 이미 완비됐지만 화장실과 인력이 없어 관리가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30일 오전 부산 영도구 청학동 부산항대교 아래 친수공간. 영도구에서 남구로 이어지는 부산항대교 나선형 진입로 아래 전체 면적 2만4493㎡의 친수공간이 자리했다. 굳게 잠긴 출입문 울타리를 넘어 안으로 들어서자 친수공간 중앙의 원형 잔디광장과 그 사이로 가지런히 깔린 포석이 모습을 드러냈다. 잔디광장을 둘러싼 우레탄 재질 바닥의 트랙과 벤치, 운동기구 등 시설도 자리했다. 강아지를 산책시키거나 텐트를 쳐둔 채 낚시하는 주민의 모습도 볼 수 있다.

출입할 수 없도록 문이 굳게 잠겨 있다.

이처럼 주민은 사실상 이 친수공간을 이용하고 있지만 이곳은 이름조차 붙지 않은 출입통제 구역이다. 부산항대교 공사 때 바다를 메워 만든 이 친수 공간은 본래 공사 후 없어질 예정이었다. 친수공간으로서의 가치를 알아본 영도구가 요청해 시공사는 5억 원가량의 비용을 들여 지난해 4월 이 공간을 완성해 관리권을 구에 넘겼다.

하지만 화장실과 관리 인력이 없다는 이유로 구가 이 공간을 닫아둔 지 1년 2개월가량이 지났다. 공원의 기본 시설인 화장실도 없이 공간을 개방할 수 없다는 게 구의 입장이다. 문제는 화장실을 짓는 비용이 지나치게 비싸다는 데 있다.

친수공간에서 가장 가까운 차집관로가 600m가량 떨어져 있는데, 이곳까지 하수관로를 연결하는 데만 억대 공사비용이 든다. 구는 이외에도 건물과 전기 등 시설을 포함해 최소한 8억 원가량의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했다. 구 관계자는 "이렇게 좋은 공간을 놀리는 것은 아깝지만, 기본적인 생리 욕구를 해결할 방안 없이 무작정 개방하는 것도 말이 안 된다"며 "일부에서 제안한 간이화장실은 관리가 어렵고 악취 등 민원이 생길 우려가 크다"고 해명했다.

구는 최근 부산시로부터 3억 원의 특별교부금을 배정받았다. 배정된 예산으로 이르면 다음 달 초 하수관로를 연결하는 기초 공사를 시행할 예정이다. 우선 기초 공사를 완료하면 시로부터 예산을 딸 확률이 높아진다는 계산에서다. 출입 시간을 설정해 제한적으로 주민에 개방하는 방안도 검토할 예정이지만, 올여름에도 이 친수공간은 출입통제 구역으로 남을 공산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