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저한 지역화를 통해 구성원 사이에서 '우리 동네 맞춤형' 정보를 주고받는 SNS 공간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구성원 간 여느 사이트보다 높은 신뢰와 친밀도를 바탕으로, 포털 검색에서 얻기 힘든 생생한 현지 정보가 오간다. 온라인·모바일에서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 익숙한 젊은 층이 지역을 기반으로 SNS 공간에서 일군 마을의 부활이다.

"82번 버스에서 오후 5시10분께 주운 시계. 댓글 달면 메시지 보내드립니다." 최근 페이스북 페이지 '영도는 꽃이다'(영도 꽃)에 올라온 게시물 내용이다. 검은색 아날로그 손목시계를 찍은 사진도 함께 올라왔다. 영도 꽃에는 "부산대교 위에 영도까지 무지개가 드리웠네요", "영도에도 드디어 배스킨라빈스가!" 등 시시콜콜한 잡담부터 실시간 교통 상황이나 도로 통제를 알리는 내용까지 영도구에 관한 모든 이야기가 모여든다.

영도 꽃은 게시-수용이라는 일방향 틀에서 벗어난 SNS의 '쌍방향성'에다 '지역화'라는 강점을 갖춰 회원의 활발한 참여를 유도한다. 지난 17일 한 살배기 진돗개 '천둥이'를 잃어버린 주민이 천둥이의 사진과 함께 도움을 청하는 글을 영도 꽃에 올렸다. 곧바로 수변공원과 영선동 아래 로터리 등지에서 천둥이를 봤다는 제보가 줄을 이었다. '소방대원이 데리고 가는 걸 봤다'는 댓글을 보고 연락한 끝에 이 주민은 하루 만에 천둥이와 다시 만날 수 있었다. 지난해 습득한 신용카드의 이름만 가지고 주인을 찾아준 사례도 좁은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한 온라인 공간이었기에 가능했다.

페이스북 공간 영도 꽃을 가꾸고 있는 사람은 고신대에 재학 중인 노건우(28·광고홍보학과 4학년) 씨다. 광주시 출신인 노 씨는 2013년 광고학을 공부하러 부산에 온 첫날 영도구 동삼동 7.5 광장을 거닐었다. 그날로 영도의 길과 바다에 매료된 노 씨는 페이스북 공간을 만들어 영도의 매력을 알리겠다고 마음먹었다.

노 씨는 "섬의 초입엔 옛 공장 창고와 오랜 선박 업체들이 자리했는데 조금 더 들어가 보면 거친 산과 바다가 있다"며 "이런 영도의 특이한 매력을 사람들과 나누고 싶었다"고 페이스북 공간을 만든 이유를 설명했다. '영도는 꽃이다'라는 타이틀은 나태주 시인의 작품 '풀꽃'에서 착안해 만들었다. 페이지 프로필에는 이 작품의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는 구절을 인용해 '자세히 보면 더욱 예쁘다'는 글귀를 새겼다.

첫 게시물이 올라온 2013년 12월 28일 이후 영도 꽃에는 주로 영도 풍경 사진이 업데이트됐다. 노 씨가 사람들의 참여를 끌어내기 시작한 건 이듬해 1월이다. 영도 관련 콘텐츠를 함께 모으고 교류할 '영도인'을 찾는다는 공지에 지인을 비롯한 영도주민이 뛰어들어 여러 소식을 제보했다. 영도 꽃은 현재 5300개가 넘는 '좋아요'를 기록하고 있다.

지역을 기반으로 한 공간으로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있지만, 영도 꽃은 어떤 광고 제의도 사양하고 있다. 노 씨는 "동네 사람들이 허심탄회하게 무슨 이야기든 꺼낼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고 싶었다"며 "상업 광고가 끼어들기 시작하면 그 의미가 바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노 씨는 페이스북에서 '영도 나눔 중고장터'라는 그룹도 운영하고 있다. 회원이 늘면서 중고 물품을 나누거나 사고판다는 제보가 늘자 이 부분을 따로 소화하기 위한 창구를 마련했다. 중고장터 회원 대부분이 영도 주민으로, 거리가 가까워 얼굴을 맞댄 직거래가 가능하다 보니 자연 신뢰도와 이용률이 높다.

소통의 플랫폼인 영도 꽃과 시장의 역할을 하는 중고장터에서 노 씨의 실험은 성공적으로 열매를 맺고 있다. 노 씨는 "막연한 인터넷 공간보다 '우리 동네'라는 실체를 바탕에 둔 영도 꽃에서 사람들이 친밀감을 느끼는 듯하다"며 "이런 친밀함과 신뢰를 기반으로 중고장터와 연계한 오프라인 프리마켓을 여는 것도 기획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