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부산시청 1층 대회의실에서 메르스 사태로 타격을 입은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한 시민 대토론회가 서병수 시장 주재로 열리고 있다. 백한기 선임기자 baekhk@kookje.co.kr

- 부산시·소상공인 등 100명 참석
- 관광통역사 "일감 100% 사라져"

"이제 우리도 좀 먹고살게 해주세요."

23일 부산시청 대회의실에 메르스 탓에 큰 타격을 입은 일반 시민, 소상공인, 금융·의료인 등 100여 명이 모였다. 위축된 지역 경제를 회복하기 위해 지혜를 모은다는 취지에서다. 이날 서병수 부산시장 주재로 열린 시민 대토론회에서 참가자들은 각자 분야에서 체감하고 있는 '메르스 쇼크'를 얘기하며 맞춤형 대책 마련을 시에 주문했다.

메르스 여파로 관광 예약 취소가 속출하면서 업계뿐 아니라 소비자의 손해도 크다는 지적이 먼저 제기됐다. 부산소비자연맹 김향란 회장은 "예약 취소에 따른 위약금을 모두 소비자가 부담한다. 최근 상담 중 대개가 이런 부분에 관한 것"이라며 "정부와 시의 많은 대책 가운데 소비자를 보호하는 조처는 빠져 있다"고 꼬집었다.

시가 시민생활 안정대책으로 내놓은 120억 원 규모의 전통시장 온누리상품권 할인율 상향(5→10%)에 대해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나왔다.

부산여성소비자연합 조정희 대표는 "상품권을 사서 내년에 쓰면 아무 소용이 없다. 적어도 7, 8월로 사용기한을 정해 메르스 여파를 벗어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형마트 측도 할 말은 있었다. 홈플러스 윤현호 부산경남본부장은 "대형마트 매출이 30% 이상 떨어졌다. 2, 4주 의무 휴무제를 한시적으로 해제해 달라"며 "그러면 우리도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는 길을 찾겠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찮았다.

전통시장 측은 세밀한 지원을 원했다. 부산어패류처리조합 금봉달 본부장은 "전통시장별 마케팅이 활성화하도록 도와 달라"며 "자갈치시장 등 전통시장 공영주차장 사용료 납부기간도 유예해주길 바란다"고 건의했다.

한 관광통역안내사는 "프리랜서인 우리는 완전히 소외돼 있다. 다른 곳은 30%, 70% 매출이 줄었다지만, 우리는 100% 일감이 사라졌다. 외국인 관광객이 없어 6월 들어 일을 한 건도 못했다"며 "고사 직전이 아니라 고사 상태다. 정말 필요한 곳에 지원이 이뤄지도록 신경 써 달라"고 호소했다.

참가자들은 가장 빠른 경제 회복의 방법은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를 위해선 사회적인 배려가 우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아시아드볼런티어 배금향 팀장은 "격리됐다가 학교나 직장으로 돌아가는 시민이 경계 받을까 걱정"이라며 "교육청 등이 잘 보살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