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체도 없는 필리핀 의대에 입학시켜주겠다면서 일시불로 6000만 원에 달하는 거액을 입학금으로 받아 챙긴 사기 행각이 검찰 수사를 통해 드러났다. 특히 부산지역 유명 교회의 목사가 현지에서 학교를 운영하고 있다는 점만 믿고 지역 부유층 교인 등이 그대로 속아 넘어간 것이어서 충격을 주고 있다.

부산지검 외사부(부장검사 김성문)는 필리핀 현지 의과대학과 결연을 한 현지 고교에 유학을 가면 한국과 미국에서 의사로 활동 가능한 필리핀 의사면허를 취득할 수 있다고 속여 수억 원의 학비를 가로챈 혐의(사기)로 A(55) 씨를 구속기소했다고 29일 밝혔다. 검찰은 또 필리핀 현지 고교 운영자인 부산지역 모 교회 B(66) 목사를 지명수배했다.

검찰에 따르면 해운대구에서 입시학원을 운영한 A 씨는 B 목사와 짜고 2010년 4월부터 2012년 6월까지 지역 학부모 8명에게 필리핀 현지 고교 4년과 대학 4년, 의과대학 4년 등 1인당 12년간 학비 5만 달러(총 4억7000만 원)를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국내 과학고 성격의 필리핀 C고교에 진학하면 같은 재단 소속인 D의대에 자동으로 입학시켜 주겠다고 피해자들을 속였지만 C고교는 필리핀 정부의 과학고 인가를 받지도 않았고 심지어 D의대는 실체조차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필리핀은 자국 의대에 진학한 한국인에게 의사 면허를 주지 않는다.

하지만 피해자들은 C고교가 부산지역 유명 교회의 이름을 사용하고 있고, 현직 목사가 직접 이 학교를 운영한다는 점에 수천만 원을 내면서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사기를 당했다. 뒤늦게 실상을 안 피해자들은 자녀들을 중도 귀국시키고 학비 환불을 요청했지만 이들은 학비는 기부금이었다며 돌려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