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부산 중구 남포동 일대 성인오락실들이 경찰의 집중 단속으로 셔터를 내리고 영업을 하지 않고 있다. 김성효 기자kimsh@kookje.co.kr

서민의 주머니를 털어 배를 불려 오던 불법 사행성 오락실이 경찰의 단속으로 된서리를 맞고 있다. '일회성'에서 '연중'으로 방향을 튼 경찰의 단속이 이어지면서 단속 기간에만 피해 있다 슬며시 영업에 나서던 업주들이 무릎을 꿇은 것이다. 이 때문에 부산의 오락실 밀집지인 중구 남포동, 부산진구 서면, 연제구 연산동, 사상구 괘법동을 중심으로 한 부산의 오락실들이 사실상 '동면(冬眠)'에 들어갔다.

25일 오후 불법 오락실 밀집지인 부산 중구 남포동 비프(BIFF)거리. 한때 활기를 띠던 이 지역은 휑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일부는 이미 경찰의 단속으로 오락기를 압수당해 셔터를 내렸고, 나머지는 언제 닥칠지 모르는 단속을 피하기 위해 셔터를 내렸다. 각 오락실 셔터에는 '내부 수리 중'이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중부경찰서가 최근 오락실 40곳을 단속해 업주 등 6명을 구속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안정익 중부서 생활질서계장은 "한때는 '관광객 반, 오락실 이용자 반'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성행했는데 지금은 사람의 발길이 끊겼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이는 부산 전역이 엇비슷했다. 같은 날 둘러본 롯데백화점 부산본점 뒤편(부산진구), 사상시외버스터미널(사상구) 인근, 연산로터리(연제구) 일대 오락실도 포탄이 휩쓴 듯 황량했다. 한 오락실 업주는 "경찰이 눈에 불을 켜고 오락실을 단속하면서 업계에서는 당분간 피신해 있자는 분위기가 팽배하다"며 "하루에도 몇 개 경찰서 직원이 다녀가기도 해 차라리 문을 닫기로 했다"고 말했다.

승진을 놓고 경찰서 간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도 한 이유지만 오락실을 임대한 건물주까지 처벌 대상이 되면서 이런 분위기가 가중되고 있다. 앞서 중부서는 오락실에 건물을 임대한 이모(55) 씨를 게임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 위반 방조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불법 오락실이 들어서는 줄 몰랐다며 발뺌했던 건물주 사이에서도 이제는 더는 버티다 전과자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는 것이다.

성과는 눈부셨다. 부산경찰청 생활안전과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부터 약 7개월간 부산 지역 불법 오락실 단속 건수는 303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146건)에 비해 배 이상 늘었으며, 구속 인원도 22명으로 50%가량 늘었다. 압수된 게임기는 7253대로 6배, 압수된 현금은 2억7000만 원으로 4배 늘었다.

부산경찰청 강우생 생활질서계장은 "불법 오락실의 하루 수익은 최대 억대에 이르는데, 대부분 힘들게 살아가는 서민의 주머니에서 나온다"며 "서민 생활을 좀먹는 불법 오락실을 뿌리 뽑을 때까지 지속해서 단속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