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산 동래구가 마련한 남성 요리강습 '앞치마 두른 남자'에 참석한 중년남성이 요리를 하고 있다. 국제신문DB

- 최근 TV프로그램 대세
- 앞치마 두른 남자
- 실제 요리학원에도
- 男 수강생 몰려들어

- 게임승자 독식 포맷서
- 함께 음식 만드는 방송
- 공동체와 나눔 통해
- 요리 본래의미 되새겨

최근 텔레비전을 켜면 어느 방송사에서나 요리하는 장면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방송은 우선 먹는 즐거움, 요리하는 즐거움을 보여준다. 우리는 이에 더해 방송의 '인기' 이면에는 어떤 기획 의도와 구성이 숨었는지, 또 요리를 통해 우리 사회가 어떤 영향과 집단 현상을 겪고 있는지 등을 살펴볼 수 있다.


▶신통이: 아, 배고파. 밥 먹기는 이른 시간이고 라면이 먹고 싶어요.

▶아빠: 그러고 보니 아빠도 배가 출출한걸. 엄마가 집에 없으니 우리끼리 끓여 먹을까. 그런데 너 라면 끓여본 적 있느냐?

▶신통이: 아뇨. 한번 끓여보고 싶어요. 저번에 친구 집에 놀러 갔을 때 친구가 직접 라면을 끓여줬는데 엄청 맛있었어요. 요즘 TV에서도 요리하는 아빠나 남자 연예인들이 음식 만드는 프로가 많잖아요.

▶아빠: 하하하…. 한때는 먹방(먹는 방송)이 유행하더니 이제는 요리가 유행인가 보구나. 그럼 아빠가 옆에서 도와줄 테니 네가 끓여봐. 우선 라면 봉지에 쓰여 있는 조리 방법부터 읽어 보고.

▶신통이: 네! 아빠는 라면 말고 또 다른 요리할 줄 아세요?

▶아빠: 그러고 보니 아빠는 대세남이 아니네. 아빠 세대는 남자들이 부엌에 들어가면 여자된다고 놀리는 분위기였단다. 요리 또는 살림살이는 당연히 여자가 하는 것으로, 남자는 밖에서 일해서 가족을 먹여 살리는 '바깥양반'으로 통했단다. 요즘은 그때 비하면 남녀의 역할이 많이 변하긴 했지.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자연스럽고 맞벌이 부부도 많아졌으니.

심지어 남자들이 요리를 배우러 다니기까지 하잖아(5월 9일 자 2면, 요리하는 부산 사나이 "쿡, 남사스럽긴요"). '앞치마 두른 남자, 오늘 밥은 내가 할게' 등 대상이 남자라는 걸 말해주고 있어.

또 아빠들에게 요리를 가르쳐주려는 생각도 일반 요리학원이 아닌 구·군이 했을 만큼 우리 의식이 변화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야.

▶신통이: 아이들에게 요리하는 아빠는 그다지 이상하게 보이지는 않아요. 아빠가 요리를 해주시면 맛이 없더라도 자랑하고 싶은, 그런 정도.

저도 나중에 어른이 되면 배가 고프거나 뭔가 먹고 싶은 게 생기면 스스로 요리해 먹을래요. 또 제 아이들에게도 자연스럽게 뭔가 특별한 음식 같은 걸 해주고 싶어요.

▶아빠: 먼 미래엔 모르겠고, 지금 당장은 신통이가 끓여주는 라면부터 먹고 싶구나. 이렇게 남자들이 앞치마를 두르고 요리하는 프로그램이 방송에서 인기를 끄는 이유는 뭘까? 요리를 배우러 다니는 남자들은 가족과 함께하려는 마음이라니 여성에게 무게가 실리던 육아와 요리가 남성의 영역으로 옮겨오는 변화의 하나라고 봐.

한편 방송의 요리 전성시대에 대해 좀 더 깊은 의견도 있구나. 게임을 통해 이긴 사람이 먹는 승자 독식의 즐거움을 주는 방식에서 벗어나 밥을 짓고 노동하며 성과를 함께 나누어 먹는 과정을 보여줘 '일과 밥'에 대한 또 다른 생각거리를 시청자들에게 준다는 거야.

그리고 비싼 음식점에 찾아가 요리를 소개하는 방송에서 벗어나 음식을 서열화하기보다는 수평적이고 일상적인 음식이 소개되는 것도 다른 관점의 방송으로 보고 있구나.

그래서 '밥'은 그저 주는 대로 먹는 일이 아니라 '어떻게 먹을 것인가' 혹은 '나누어 먹을 것인가'라는 공공의 문제로 확장하면서 정치와 제도에도 이 문제가 닿아 있음을 언급하며 사람과 생명을 귀하게 여기는 요리 본래의 의미를 잃지 말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어(5월 14일 자 31면 인문학 칼럼 '먹방과 셰프').

▶신통이: SNS(사회관계망서비스) 등에도 어느 음식점 가서 비싼 요리, 특별한 요리 먹었다는 맛집 인증샷 많잖아요. 앞으로는 함께 나누거나 일상적인 음식을 좀 더 맛있게, 특별하게 하는 흐름으로 바뀔까요?

윤영이 한국언론진흥재단 NIE 강사


# 기사를 읽고

-내가 생각하는 '밥'이란 어떤 의미인지, 배고플 때와 맛있게 먹었을 때를 떠올리며 자신만의 경험을 곁들여 정의해 보세요.

-내가 할 줄 아는 요리 한 가지를 선택해서 만드는 방법과 그 요리를 배우게 된 사연을 소개해 보세요.



■한 줄 댓글(기사에 대한 생각을 간단하게 적어보기)

-신통이: '요리사'가 꿈인 친구들 많던데, 방송을 보니 직업을 잘 선택한 거 같아.

-어린이 독자:



■낱말 통통(기사 속 낱말이나 용어 등을 이해, 정리하여 어휘력 높이기)

-남사스럽다:

-바깥양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