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제1회 어린이날 큰잔치'가 열린 부산 기장군 아시아드컨트리클럽에서 아이와 가족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사진=전민철 홍영현 기자

■ 아시아드CC 행사장 이모저모

수천 개의 연이 부산 기장군 아시아드골프장 하늘을 수놓았다. 국제신문과 아시아드컨트리클럽이 공동 주최한 '제1회 어린이날 큰잔치'에 참가한 아이들은 연에 희망을 실어 하늘 높이 날려 보냈다.

5일 오전 10시 아시아드컨트리클럽이 부산 시민에 개방됐다. 골프장이 생긴 이래 어린이에게 이를 모두 내어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드넓은 골프장의 잔디밭은 어린이날 시민을 위한 '공원'으로 변신했다. 이에 화답하듯 2만 명에 달하는 시민이 행사에 참가했다.

한 어린이가 무대공연을 보면서 머리 위로 하트를 만들고 있다.

이날 행사에는 다양한 체험과 놀이가 있었다. 아시아드골프장은 배무삼(부산시 무형문화재 제21호) 동래전통연보존회 회장을 초청해 연 만들기 체험 부스를 마련했다. 배 회장은 이날 행사를 위해 300개의 연을 만들어 판매했으며, 아이들이 직접 연을 그릴 수 있도록 별도의 연을 준비했다. 가장 많은 어린이가 행사장 부스 가운데 연 체험장에 모였다. 배 회장은 "어린이가 전통 연을 이렇게 좋아할지는 몰랐다"며 "높이 난 연처럼 아이들의 꿈도 무럭무럭 자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배 회장 외에도 기장경찰서와 어린이재단 등이 참가해 페이스 페인팅과 풍선 터뜨리기 등 다양한 놀 거리를 제공했다. 일부 어린이는 대형 키즈랜드에 설치된 에어바운스의 미끄럼틀과 미로 안에서 마음껏 웃고 떠들었다.

프로골퍼가 진행하는 골프 체험 행사와 카트 체험 행사 역시 수많은 어린이가 경쟁하듯 모여들었다. 어린이는 잔디 위에서 직접 공을 치며 골프의 매력에 빠졌다. 어린이들은 또 호수 주변 1.5㎞ 구간을 골프용 카트를 타고 달렸다. 넓은 골프장을 순식간에 내달리는 카트의 속도감에 아이들은 한 번 더 태워달라고 졸랐다. 박영화(여·33) 캐디는 "130명의 캐디가 이날 하루 영업을 포기하고 자원봉사에 나섰다"며 "전체 3000명이 탈 수 있도록 했지만, 대기자가 워낙 많아 모든 아이가 카트를 이용할 수 없었다"며 아쉬워했다.

시민은 푸른 잔디를 본 것만으로 즐거워했다. 푸른 잔디가 자녀에게 최고의 선물이 됐다고 입을 모았다. 효우(4)· 동우(2) 군의 아버지 김대승(36) 씨는 "지인의 소개로 어린이날 행사장을 찾았다. 아시아드골프장의 넓은 잔디를 즐길 수 있다는 기대감에 주저하지 않고 가족과 나들이 계획을 세웠다"고 말했다. 여러 가족이 함께한 가정도 많았다. 배진영(38) 씨는 "친구 가족과 합쳐 총 10명이 아시아드골프장에 왔다"며 "넓은 데다 아이들이 뛰어놀기에도 적합해 최고의 어린이날이 됐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아시아드컨트리클럽 최재영 이사는 "어린이에게 처음 개방한 행사인 만큼 행사 운영을 안전과 체험에 맞췄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골프 인구가 늘 것 같다"고 밝혔다.


# "하루 매출 7000만 원, 시민에게 돌려드린 셈이죠"

■ 아시아드 CC 구영소 사장

부산지역 골프장에서 처음 열린 '제1회 어린이날 큰잔치' 행사를 위해 부산 기장군 아시아드골프장은 5일 하루 영업을 포기해야 했다. 아시아드골프장이 추산한 이날 매출 손실은 7000만 원에 이른다. 골프장은 사회 공헌을 위해 이를 과감히 포기했다.

아시아드컨트리클럽 구영소(60) 사장은 지난 1월 부임해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회사의 여건을 개선했다. 과감히 비회원 회비를 낮춰 아시아드골프장의 고객을 크게 늘렸다. 구 사장은 "21년 동안 경영 업계에 종사한 경험을 살려 아시아드골프장의 경영 상태를 개선하려 노력했다. 그 결과 1~3월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2억3000만 원이나 늘었다"고 설명했다. 늘어난 매출에 비용 절감 효과까지 더하면 아시아드가 거둬들인 이익은 2억6000만 원에 이른다고 한다.

구 사장이 어린이날 행사를 위해 골프장을 개방한 것은 경영 여건이 전반적으로 좋아졌다는 자신감에서 비롯됐다. 늘어난 매출액 중 절반가량을 이날 행사에 투입했다. 매출이 증가한 만큼 이를 시민에게 돌려주겠다는 의미다.

어린이들이 사생대회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다.

구 사장은 "아시아드골프장은 부산시가 최대 주주라는 특성을 가진 곳이다"며 "회사의 재무 상태를 고려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공공성을 위해 시민에게 개방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행사 개최 취지를 설명했다.

아시아드골프장 4개 협력사의 지원도 어린이날 행사 성공의 밑거름이 됐다. 달라진 아시아드골프장의 분위기에 협력사 직원 250명이 이날 자원봉사자로 뛰어들었다. 130명의 캐디는 직접 골프 카트를 몰며 골프장의 작은 도로 위를 아이들과 함께 달렸다. 골프 강사들은 안전 요원 또는 골프 체험 강사로 나섰다.

구 사장은 어린이의 안전을 위해 별도로 1000만 원을 책정해 위험 지역에 안전 펜스를 설치하고 안전 요원을 곳곳에 배치했다. 그는 "이번 어린이날 행사를 통해 골프 저변 확대뿐 아니라 아시아드골프장 인식 개선에도 도움이 됐다"면서 "앞으로도 부산 시민을 위한 공공장소라는 인식을 꾸준히 심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가족들이 카트를 타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어린이 치어리더들이 무대 위에서 공연을 펼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