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은 지적 놀이터다. 여기를 움직이는 모티브는 목적성의 실용 추구보다 순수성의 지적 자극이다. 쓸모를 떠나 그냥 알고 싶은 것이다. 당연히 수학은 쓸데없이 추상화 된다. 그 무용성이 수학이 지닌 진정한 존재 의미다. 미적분처럼 나중에 유용성을 갖추기도 하지만 쓸데없음(無用)에서 벗어나 쓸데있음(有用)을 좇는 순간 본래의 수학은 종속된 수학이 되고 만다.

쓸데없는 수학을 좇은 생생한 사례가 있다. 푸엥카레 추측의 증명은 세계 7대 수학난제 중 하나였다. 2003년 러시아의 페렐만이 증명했다. 그는 100만 달러 상금도, 수학계의 노벨상인 필즈상도, 미국 유명대학 교수 초빙도 거절했다. 다만 자기는 우주의 비밀이 알고 싶을 뿐이라며. 말이 짧은 그가 남긴 한마디가 쓸데없는 지적 자극에 의한 수학의 진면목을 보여준다.

하지만 학교에서 수학은 알고 싶지 않은데 골치만 아픈 수학이다. 수학의 역사적 흐름도 모른 채 계산문제만 푸느라 괴물수학이 되었다. 이 괴물은 덩치 큰 바보다. 지적 자극 없는 바보수학으로 교육하고 변별하려니 생각 근육은 말라간다. 생각머리보다 계산머리를 빨리 키운 학생한테 밀리는 대다수 수학 포기자는 학업에 흥미를 잃는다. 나의 다른 능력마저 의심한다. 삶에도 열의를 잃는다. 개인적으로 참상이다. 국가적으로도 재앙이다. 교육이 인생을 망치는 꼴이다. 생각없이 문제 푸는 난해한 수학에서 쓸데없이 알고 싶은 재미난 수학으로 전환하자. 이를 위해 스토리텔링 등 유용성의 수학보다 무용성의 지적 자극을 주는 수학으로 가면 어떨까? 수학은 무용지용(無用之用)도 되는 재미난 놀이터다.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