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부산 부산진구 범천동 철로에서 30대 남성의 사망 사고가 발생했으나 사고 발생 후 열흘이 지난 27일까지도 여전히 담장이 설치되지 않은 채 방치돼 있다. 홍영현 기자

- "전국 허다" 조속한 조처 지적

지난 17일 0시47분께 부산의 대표적 번화가인 서면 인근 부산진구 범천동 철로에서 직장인 김모(34) 씨가 서울발 부산행 무궁화호 열차에 치여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경찰은 사건 발생 지역 주변에 가슴 높이의 담이 있었다는 점으로 미루어 김 씨가 술에 취해 담을 넘어갔을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CC(폐쇄회로)TV 분석 결과 김 씨는 아무런 장애물이 없는 구간을 통해 철로로 들어가는 바람에 변을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27일 취재진이 현장을 살펴본 결과 김 씨가 사망한 범일역 인근 지점에는 누구나 철로로 들어갈 수 있었다. 인근 아파트 쪽으로는 방음벽이 설치되어 있어 일반인의 접근이 원천 차단돼 있었지만, 반대편은 쓰러져가는 철제 시설물 옆으로 입구가 너비 5m 이상 휑하니 뚫려 있었다. 행인은 많지 않았지만,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철로로 들어갈 수 있는 구조였다. 옆에 철로로 들어가지 말라는 조그맣게 쓰인 표지판만 녹슨 채 방치되어 있었다. 철로로 들어가는 동안 막아서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열차는 그 특성상, 기관사가 철로에 사람이 들어온 것을 확인하더라도 바로 정차할 수 없다. 무궁화호 비상제동거리는 시속 80㎞로 달릴 경우 320m며, 시속 100㎞로 달릴 경우에는 500m를 미끄러진 이후에야 멈출 수 있다. 시속 300㎞로 달리는 KTX가 멈추기 위해서는 1㎞에 달하는 제동거리가 필요하다. 한 철도 기관사는 "기관사의 눈에 사람이 들어온 것이 보인다면, 이미 그 사람은 사망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코레일의 철로 관리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철도안전법에 따르면 허가 없이 철도시설에 들어가는 사람은 처벌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에 앞서 철도관리 주체인 코레일은 사람이 철로에 접근할 수 없는 환경을 우선 만들어놓아야 한다. 특히 철도가 대표적인 교통 인프라인 점을 감안할 때 일반인의 출입이 가능하도록 방치된 철로는 철도안전법 위반을 방조하는 것은 물론 시민 안전을 위협하는 처사라는 지적이다.

철도노조 관계자는 "전국 철로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이 수도 없이 많은 것으로 안다"며 "코레일이 공사인 만큼 책임지고 시민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조처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