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중구 보수동 일대의 열악한 보행 환경 모습. 보도 막은 전봇대. 부산발전연구원 제공

- 부발연 설문, 주민 66% "불편"
- 市, 보행로 실태 조사 후 정비

부산에서 보행 약자가 가장 많은 동네의 보행 환경은 어떨까. 상대적으로 다른 지역보다 보행 약자를 위한 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야 하지만 되레 보행을 방해하는 장애물이 곳곳에 널려 있었다.

부산발전연구원(부발연)은 부산 원도심 읍·면·동별 시가화(주거·상업·공업) 면적에 견줘 장애인, 여성, 15세 미만, 65세 이상 등 보행 약자 비율이 가장 높은 중구 보수동(㏊당 2만7721명)의 실태를 조사한 결과 상당수 보행로의 여건이 열악했다고 17일 밝혔다.

아찔한 경사의 계단.

부발연 조사 결과 보수동은 대부분 경사도가 30%를 넘고, 흑교로·보수대로·망양로·대청로에 둘러싸여 있다. 흑교로는 도로 폭(24m)에 비해 인도 폭(가로수 제외 2m)이 좁고, 이면도로 군데군데 전봇대 단자함이 있어 보행을 방해했다.

보수초등학교 인근 보수대로 140번 길은 인도 폭이 1m 안팎에 불과한 데다 불법 주차된 오토바이와 쓰레기, 폐가구 등의 무단투기로 안전사고 위험이 컸다. 특히 휠체어나 유모차는 전혀 지나갈 수 없는 구조였다. 보수대로와 망양로를 잇는 보동길은 차도와 인도가 구분되지 않고, 노면이 파손되거나 배수시설이 막힌 곳도 있었다. 보수동 주요 보행통로인 북측 연결로는 경사가 매우 심하고, 계단 한 칸의 높이가 23㎝나 되지만 안전손잡이가 없는 구간이 많아 보행 약자의 통행에 큰 불편을 줬다. 계단의 미끄럼 방지시설도 부실했다.

보수동 대표 거리인 책방골목은 전선이 엉켜 위험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또 선간판과 판매대가 보행로를 점령해 전체 보도 폭 5m가량 중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은 1.5~2m에 그쳤다. 망양로에는 조경시설이 가로수와 같이 설치돼 오히려 통행 장애물로 둔갑했으며, 가로수는 신호등과 교통 이정표를 가려 교통사고 유발 우려마저 나왔다.

보도 없는 보행로.

이 밖에도 보수동 보행로 위에 있는 전봇대 분전함 변압기 등 각종 전기공급 장치는 보행 약자를 괴롭힐 뿐 아니라 미관상 좋지 않아 흉물로 변했다. 주민이 체감하는 불편도 컸다. 부발연이 보수동 주민 400명을 상대로 시행한 설문조사에서 "보행로 이용 때 항상 불편하다"는 응답이 65.5%로, "불편하지 않다"는 대답(34.5%)보다 훨씬 많았다. 보행 약자 가운데는 70%가 불편함을 느꼈다.

부발연 윤지영 연구위원은 "보행 약자의 보행환경을 모니터링한 후 이를 반영한 공공시설물 디자인 지침서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에 따라 부산시도 기존 보행로의 실태와 문제점을 조사해 정비하기로 했다. 시는 시내 880㎞에 이르는 모든 보행로를 대상으로 한 '보도정비 기본계획 수립 용역'을 이날 공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