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화재가 발생한 부산 연제구 거제동 중고자동차매매단지가 5일 흉측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가운데 경찰이 현장 조사를 위해 통제선을 설치하고 외부인의 진입을 막고 있다. 강덕철 선임기자 kangdc@kookje.co.kr

- 피해 570여 대 중 20~30% 분석
- 위탁자, 상사에 요구 개연성 커
- 책임 소재 규정 없어 논란 예상

지난 3일 새벽 부산 연제구 거제동 중고차매매단지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본지 지난 4일 자 1, 3면 보도)로 재산피해가 막심한 가운데 해당 단지의 중고차 상사들이 판매 위탁을 받아 보관하던 '중개차'에 대한 배상문제가 또 다른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5일 중고자동차매매업계에 따르면 이번 화재로 피해를 본 570여 대의 차량 중 중개차는 20~30%에 달할 것으로 분석된다. 중개차는 중고차 상사의 소유는 아니지만 상사가 판매를 위탁받아 매매단지에 보관하던 차를 말한다.

위탁자는 대개 차를 맡기기 전 손해보험을 해지하고 보험사로부터 보험료 일부를 돌려받는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자차보험의 경우 액수가 크기 때문에 판매를 위탁하면서 수수료를 손해 보고서라도 해지해 보험료를 돌려받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보험사로부터 화재 피해를 배상받지 못하는 위탁자들이 수탁자인 중고차 상사에 보상을 요구할 개연성이 크다. 부산시자동차매매사업조합 관계자는 "통상 차량을 맡기는 과정에서 위탁자와 수탁자가 화재 등 사고에 따른 차량 피해의 책임 소재를 규정하지 않는다"며 "이후 피해를 본 위탁자들이 차량을 보관하던 중고차 상사에 배상을 요구하면 이 문제가 쟁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손해배상의 책임 소재에 의견이 엇갈리지만 중고차 상사의 책임이 크다는 쪽이 많다. 아직 사고의 원인이 규명되지 않았고 부산에서는 전례가 없는 경우지만 수탁자로서 차체와 열쇠를 모두 가지고 있던 상사 측의 관리 책임을 높게 본 것이다. 한 변호사는 "방화로 인한 사고임이 확인된다 해도 우선 수탁자가 배상금을 지급한 뒤 방화범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불에 탄 차량과 철제 구조물을 철거하는 비용은 상사와 건물주가 부담하게 된다. 건물주 측은 이미 시와 협의를 거쳐 우선 쓰러질 위험이 큰 매매단지 정문을 지난 4일 오전 철거했다. 시 관계자는 "화재로 구조물이 함몰됐지만 외부로 무너져 인근 주택 등에 피해를 줄 확률은 낮은 것으로 판단된다"며 "화재 원인 규명을 위한 감식과 불에 탄 차량에 대한 감정·철거 등 절차를 마치면 곧바로 무너진 건물도 철거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