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마음은 설렌다. 잠시 잠깐이지만, 벚꽃이 만개한 지금 이 시기에는 활력을 느낀다. 어쩌면 아주 짧은 순간 활짝 폈다 지는 꽃이어서 감동은 오랜 시간 마음 한자리에 자리하는지도 모른다. 상춘객의 마음을 흔들어놓은 벚꽃은 활짝 피자마자 훌쩍 떠나버리는 게 '매력'인가 보다. 전국 곳곳을 울긋불긋 화려한 색으로 물들인 벚꽃의 향연은 곧 사라진다고 아쉬워하지 말고 있는 순간만이라도 눈으로 보고 마음에 담는 여유를 가지는 것도 괜찮겠다.
벚꽃은 지금 부산 곳곳에서 자태를 뽐내고 있다. 덩달아 찰나의 아름다움을 눈에 담으려는 나들이객들의 발걸음도 분주하다. 벚꽃의 향연이 절정에 달할 시점에 앞서 그 명소를 둘러봤다. 시점은 지난달 30일.
먼저 이기대 순환도로를 찾았다. 이기대 성당 입구로 들어서는 순간부터 탄성이 절로 나왔다. 주변은 온통 연분홍빛이다. 이기대 드라이브 코스에도 벚꽃이 수줍게 얼굴을 내밀었다. 방문 당시는 만개를 눈앞에 둔 시점이라 아직은 듬성듬성 핀 정도였다. 이번 주말이면 눈부실 정도로 벚꽃이 만개할 것으로 보인다. 길을 달리다 보니 이기대 바다 풍광과 벚꽃이 한데 어우러져 눈과 마음을 즐겁게 했다. 김운희(50) 씨는 "이기대공원은 바다를 끼고 있어 부산의 특색을 잘 드러낸 벚꽃 명소로 유명하다"며 "벚꽃 구경을 하기 위해 일부러 차를 몰고 찾았는데 역시 기분이 상쾌하다"고 말했다. 이곳은 벚꽃을 보며 여유를 만끽하는 산책코스로도 일품이다.
해운대 달맞이길에는 연인과 가족, 외국인 관광객들로 붐볐다. 달맞이길은 해운대 미포에서 시작해 송정해수욕장으로 가는 4.5㎞에 이르는 길. 이 길을 따라 벚나무가 일렬로 서 있다. 특히 저녁 달빛과 벚꽃이 조화를 이뤄 이색적인 아름다움을 선사하면서 전국적인 명성을 자랑한다. 밤이면 더욱 화려해지는 벚꽃을 감상할 수 있다. 이날은 평일이었지만, 주변 모습은 사람들의 발길이 잦은 주말 분위기였다. "이~얼~싼(하나 둘 셋)." 중국인 관광객은 삼삼오오 모여 벚꽃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스마트폰으로 벚꽃의 아름다움을 간직하려는 손길이 이어졌다. 이호탁(26) 씨는 "여자친구와 1주년 기념데이트를 나왔는데 벚꽃도 예쁘고 날씨도 좋다"며 "해운대 바다를 조망하며 벚꽃길을 걸으니 봄이 온 걸 절로 느낀다"고 말했다.
동래구 온천동 우장춘로를 보라. 이곳은 금강공원 공영주차장 인근 육교 위가 벚꽃 감상 포인트다. 흐드러지게 핀 벚나무들이 도로를 따라 손짓하는 장관을 볼 수 있다. 벚나무가 손으로 잡힐 듯이 육교 위로 뻗어있다. 이곳의 벚꽃나무는 수령이 오래돼 커다란 솜사탕 같다. 바람이 불자 벚꽃잎이 흩날리며 춤췄다.
금정구 오륜동 입구 벚꽃길도 빼놓을 수 없는 명소다. 아쉽게도 이날 방문했을 때 대다수 벚꽃은 얼굴을 숨기고 있었다. 이곳의 벚꽃도 곧 화려함을 뽐낼 것으로 보인다.
어디 그뿐이겠는가. 거리마다, 아파트 단지나 이곳저곳 이면도로에도 이미 알려진 명소 못지 않은 빼어난 풍광이 드러나는 해당 지역 특유의 벚꽃 명소가 부산에는 널려 있다.
곧 벚꽃 지는 시기가 다가온다. 왠지 마음이 급해진다.
김민훈 촬영기자 minhun@kookje.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