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소비자원이 연 매출 기준 점유율 상위 7개 커피전문점에 대한 만족도 조사에서 가격 적정성 1위를 차지한 커피전문점의 아메리카노 가격은 2800원. 이 커피전문점은 종합 만족도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설문 대상이 부산 지역 대학생이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 것이다. 지역 대학가를 중심으로 커피 '가격 파괴' 현상이 거세다.

31일 오후 2시께 남구 대연동 부경대 후문 울타리 너머에는 10곳 정도의 커피전문점이 밀집해 있다. 그중 한 테이크아웃 커피전문점 앞에는 10여 명이 비를 맞으면서도 줄을 서 있었다. 자판기 커피 가격에 프리미엄 커피를 마실 수 있기 때문. 이 가게의 아메리카노 한 잔 가격은 500원이다. 직장인 홍윤근(49) 씨는 "매일 커피를 마시는데 직장인도 한잔에 4000원 이상을 주고 먹으려면 부담이 되는데 학생은 오죽하겠느냐. 가격도 싼 데다 맛도 4000원 급에 전혀 뒤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해 이 가게가 문을 열면서 일대 커피 상권에 가격 파괴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한 집씩 커피 가격이 내려가더니 중소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까지 가격 파괴에 동참했다. 급기야 개강과 함께 부경대 후문 울타리 너머 커피점의 아메리카노 최고가가 1000원 수준(테이크아웃 기준)까지 내려갔다. 500원을 받는 가게도 3곳이나 된다.

부경대 일대에서 시작된 커피 가격파괴 현상은 다른 대학가와 직장인이 많은 도심으로 확대되고 있다. 부산대 인근에도 500원짜리 커피전문점이 생기면서 일대 커피전문점 다수가 가격을 내리기 시작해 지금은 1000원짜리 커피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부산시청, 부산교대 인근에도 커피를 1000원에 파는 가게가 생겨났다. 커피점이 하루 1개꼴로 생겨날 정도로 많아진 것도 가격 파괴의 주원인으로 분석된다. 

한 커피전문점 관계자는 "개강과 함께 다른 가게의 가격에 맞추려 아메리카노 가격을 2500원에서 1000원으로 내렸다"며 "불황을 타개하려는 업체와 빈 지갑을 걱정하는 대학생 모두에게 '윈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