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제한마당축제가 열리고 있는 27일 부산 연제구 온천천 변에 행사 차량이 보도를 막아 시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전민철 기자

- 여기저기에 휘발유통·LPG통
- 시민들 "어디로 다니라는 건지"
- 혼잡·무질서 연례행사에 분통

부산 연제구가 27~29일 온천천시민공원과 연산동 고분군 일대에서 개최하는 '연제한마당축제'가 허술한 준비 과정으로 시민의 빈축을 사고 있다. 특히 각종 부스 설치 등으로 분주한 온천천시민공원에서는 인도를 막은 차량과 축제와 상관없이 설치된 천막 때문에 불만을 드러내는 사람들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연제구는 이번 '한마당축제'를 문화재청에 국가지정문화재로 신청한 연산동 고분군의 역사성 알리기에 초점을 맞춘 '문화 축제'로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부실한 준비과정으로 '시장통 축제'로 전락하고 말았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27일 오전 9시30분께 연제구 거제1동 세병교 밑 온천천시민공원 일대는 짐을 실어나르는 차량과 사람들이 뒤엉켜 있었다. 천막을 깔아놓은 잔디 위에는 축제 개막을 앞두고 각종 단체의 부스가 들어서고 있었다.

평소처럼 운동하기 위해 이곳을 찾은 시민에겐 날벼락이나 다름없었다. 농구장 등에는 이미 다른 시설물이 설치되어 있었다. 노인들이 주로 이용하던 맨손 운동용 기구들은 사용할 수 없도록 천막 등으로 덮여 있었다. 이날 온천천에서 만난 박수열(65·동래구 사직동) 씨는 "아무리 축제라지만 너무하는 것 아니냐"며 "시민이 매일 이용하는 온천천시민공원을 이런 식으로 만드는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인도는 트럭 등 차량이 점령하고 있었다. 조깅을 하던 시민들은 뜀박질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친구들과 운동을 하러 나왔다는 김모(26·연제구 거제동) 씨는 "사실 오늘부터 축제를 하는지도 몰랐다"며 "매일 운동을 하러 나오는 사람들도 많은데 연제구의 배려가 없어서 아쉽다"고 말했다.

줄줄이 늘어선 식당 천막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세병교에서 수영강으로 뻗은 온천천시민공원에는 15개가량의 식당 천막이 줄지어 서 있었다. 잔디 보호용 천막도 없이 천막을 세운 식당도 눈에 띄었다. 휘발유 통과 LPG 통이 어지러이 놓여 있었다.

현장에는 연제구 공무원들이 나와 있었지만 적극적인 제재나 지도는 없었다. 주민 김태상(35·동래구 안락동) 씨는 "매년 치르는 행사인데 항상 이런 식으로 진행되는 건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연제구 관계자는 "오전에는 음식을 나르고 부스를 설치하기 위해 업무용 트럭이 왔다 갔다 한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축제 시작을 앞두고 전부 정리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