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사업으로 보가 설치된 지방자치단체의 정수비용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유속이 느려지면서 조류가 창궐하는 게 원인이다. 지자체들은 조류가 번성하거나 원수의 수질이 나빠질 경우 원수대금을 인하해줄 것을 정부에 요구하고 나섰다.

22일 창원시에 따르면 4대강 사업 이후 110만 창원시민의 먹는 물을 공급하는 경남 함안 칠서정수장의 정수비용이 10% 이상 증가했다. 4대강 사업 전인 2009년 정수비용이 9억여 원 투입됐으나 지난해에는 10억여 원으로 늘었다.

정수비용이 증가한 것은 취수구가 녹조가 창궐하는 창녕함안보 상류 8㎞ 지점에 있기 때문이다. 보 일대에는 유속이 느려 수온이 상승하면 조류가 번성한다. 낙동강유역환경청은 이를 감안해 2013년부터 창녕함안보 상류 12㎞ 지점에서 수질을 측정하고 있다. 그 결과, 2013년 7월 30~8월 20일, 9월 5~10월 10일 등 모두 61일 동안 조류경보를 발령했다. 지난해에는 6월 18~8월 21일로 조류경보 발령기간이 2013년보다 4일 늘어났다.

정수 과정은 염소·응집제 투입, 활성탄 여과지 교체 등을 거치는데, 전문가들은 조류 창궐을 정수비용 증가의 가장 큰 원인으로 보고 있다. 창원시는 4대강 사업이 끝난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녹조 대책으로 1억 원을 들여 취수구 안팎에 이산화탄소 주입 시설과 폭기 시설을 설치했다. 폭기 시설은 취수 전에 원수에 산소를 주입해 녹조띠를 분산시키는 장치이며, 이산화탄소 주입 시설은 녹조 때문에 강알칼리성으로 변한 원수를 중성으로 바꾸는 기능이 있다.

마창진환경운동연합 임희자 정책실장은 "남조류 가운데 우점종인 마이크로시스티스는 사멸하면서 간질환을 유발하는 맹독성 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틴을 발생시킨다"며 "올해도 이상기온으로 창녕함안보에 조류가 창궐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창원시는 지난 11일 낙동강유역환경청 주관으로 열린 정수장운영관리협의회에서 "4대강 사업의 영향으로 원수 수질이 나빠지면서 정수비용이 증가하고 있다"며 원수 수질이 악화되면 원수대금을 인하해 달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창원시 관계자는 "조류가 창궐하면 정수 과정에서 응집제를 뿌려도 오염물질이 제대로 가라앉지 않는 등 기술적 어려움이 많다"며 "원수대금을 인하해 지자체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