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가 '땅위의 도시철도'로 불리는 간선급행버스체계를 부산 전역을 넘어 진해 양산 등 광역권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사진은 부산 전역을 거미줄처럼 연결할 간선급행버스체계의 중심이 될 서면 교차로 모습. 홍영현 기자 hongyh@kookje.co.kr

- 중앙로 구간 노선 중복
- 승용차 억제 대신
- 대중교통 간 승객 이동 우려

- "안전사고 예방시설을"
- 광역·정체 구간부터 시행하자는 목소리도

부산시는 2일 확대간부회의에서 내성교차로~올림픽교차로(7.4㎞)를 시작으로 총 9개 노선, 총길이 88.7㎞에 이르는 '간선급행버스체계(BRT) 확대 도입 방안'을 발표하고 정책토론을 벌였다.

토론에서는 대중교통 중심 도시 구현과 시내버스 수송분담률 개선, 승용차 수요 억제를 위해 BRT 도입이 꼭 필요하다는 데 큰 이견은 없었다. 다만 시와 일선 구·군, 공사·공단 고위 간부들은 부산 전역 확대에 따른 부작용을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하는 등 BRT 도입을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쏟아냈다. 시는 이날 나온 의견을 종합해 보다 구체적인 계획 수립에 착수할 방침이다.

■"역효과도 고려해야"

BRT 구간 전체에 중앙버스전용차로를 놓으면 시행 초기 보행자 혼선 탓에 인명사고 발생 우려가 크다는 의견이 먼저 제기됐다. 신규철 해운대구 부구청장은 "서울에서도 BRT 첫 시행 때 안전사고가 잦았다"며 "안전펜스나 화단 등 이를 예방할 시설을 설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시는 보행자는 물론 차량 충돌 등 교통사고 증가가 예상된다는 점을 인정했다. 이에 따라 무단횡단 방지 시설 등을 대거 확보하겠다는 대책을 제시했다.

1~3차 사업 중 2차 사업 구간이 현행 도시철도 노선과 중복돼 승용차 수요 감소 대신 도시철도 승객이 줄어들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종흠 부산교통공사 사장은 "BRT는 도시철도와 경쟁관계가 아니라 보완관계가 돼야 한다"며 "2차 사업인 중앙로 서면교차로~충무교차로와 가야로 서면교차로~사상은 이런 점에서 걱정된다"고 주장했다. 이준승 시정혁신본부장 역시 "2차 사업 대부분 노선이 특성상 도시철도와 일치한다"며 "BRT의 위상을 승용차 수요를 대중교통으로 흡수하는 쪽으로 확실히 정립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정경진 행정부시장은 "도시철도 승객 감소와 승용차 수요 억제 중 어느 쪽으로 더 영향을 미칠지는 정밀한 시뮬레이션을 거쳐 판단할 문제"라며 "BRT와 도시철도를 연계해 대중교통 수송분담률을 높이는 방향으로 전략을 짜야 한다"고 말했다.

■"우선순위 합리적으로"

정책토론에서 간부 공무원들은 상습 정체지역과 광역BRT 구간 사업을 우선 진행하자는 견해도 보였다. 또 명실상부한 BRT 완성을 위해 버스 우선신호, 환승센터, 전용버스 운행 등도 서둘러 갖춰야 한다고 요청했다.

안종일 부산진구 부구청장과 김영기 인재개발원장은 "경남과 협의해 3차 사업인 하단교차로~경남 진해 개통 시기를 앞당기자"며 "2차 사업도 도시철도 미개설 노선을 위주로 먼저 착공하는 게 좋겠다"고 했다. 이준승 시정혁신본부장은 "버스정류장, 교차로 신호, 터널 구간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세부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경제성 고려와 시민 여론 수렴의 중요성도 언급됐다. 김규옥 경제부시장은 "같은 거리당 비용이 얼마나 들었는지 서울의 BRT를 벤치마킹해 예산을 최대한 절감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이와 함께 투입하는 예산에 견줘 버스 운행속도 향상 효과가 어느 정도인지 총제적인 분석을 선행해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홍연호 대변인은 "시가 많은 예산을 들여 시민 편의를 위해 기획한 사업인 만큼 사전 홍보를 통해 대중교통 활성화 취지를 충분히 알리는 일부터 시작하자"고 말했다.

서병수 부산시장은 이 같은 정책토론 결과를 포괄적으로 반영해 BRT를 추진할 것을 지시했다. 서 시장은 "이제 교통정책은 공급 위주에서 수요 위주로 전환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BRT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며 "앞으로 라운드테이블을 열어 여론을 수렴하고 반대 의견도 충분히 담아 BRT 시행 시기나 방법을 적절히 설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