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음식점 등으로 훼손된 부산 해운대구 장산마을을 1일 유점자 새정치민주연합 구의원이 점검하고 있다. 김성효 기자kimsh@kookj.co.kr

부산 해운대구 장산 일대에 무허가 상업시설이 난립해 해운대구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1일 오후 장산의 장산마을에선 30여 곳의 무허가 상업시설이 오리·염소·국수 등 음식을 팔고 있었다. 걸어서 10분 정도 올라가면 나오는 억새밭 길목에는 굴착기로 산 중턱을 깎아내린 흔적도 보였다. 밭으로 지정된 장소에서 농사를 짓지 않아 해운대구로부터 행정처분을 받은 뒤, 중장비를 동원해 밭을 만들려다 토지형질변경에 가로막혀 애먼 나무만 베어낸 것이다.

무허가 음식 상행위로 인근 계곡의 오염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장산마을에서 해운대 신시가지까지는 오수관거가 없어 음식점들의 생활하수가 계곡으로 흘러들어 갈 가능성이 크다.

장산마을은 6·25전쟁 후 '장산 개척단'이 장산 일대를 개간하면서 형성됐다. 당시 임야로 묶여 있던 지목을 전답이나 대지로 바꾼 게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바뀐 지목 위에는 무허가 상업시설이 점차 들어섰다. 유점자(새정치민주연합) 해운대구의원은 "장산 개척단은 지금 대부분 마을을 떠나고 외지인들이 돈을 벌러 들어와 있다"며 "상행위의 명분이 사라졌으므로 서둘러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또 "무허가 음식점의 월 매출이 워낙 많아 매물로 나오면 수억 원에 거래된다"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무허가 상행위를 규제할 법적 근거가 토지형질변경과 불법영업행위로 한정돼 있다는 점이 큰 문제다. 1년에 부과하는 과태료와 강제이행부담금이 고작 200만 원 수준이어서 상인들은 과태료를 내고 영업을 계속하기 일쑤다. 산림법을 적용하면 강력한 행정처분을 내릴 수 있으나 지목에 발목이 잡혀 여의치 않다. 특히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려면 장산마을 일원의 지목을 임야로 되돌려야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전체 부지를 구나 부산시가 매입해 근린공원으로 지정해야 해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

해운대구 관계자는 "현재 시 전체에 지정된 근린공원에만 10조 원가량의 예산이 필요해 추가적인 공원 지정은 어렵다"며 "장기적으로 이주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