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부산 사하구 을숙도 낙동강문화관에 관람객이 없어 썰렁하다.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 작품도 3년 가까이 그대로
- 연 1억5500만 원 쏟아붓지만
- 방문객 찾지않아 적자운영

거액의 혈세로 지은 4대강사업 홍보 문화관이 '어린이 놀이터'로 전락했다.

26일 부산 사하구 하단동 낙동강 하굿둑을 지나자 을숙도생태공원 초입에 낙동강문화관이 모습을 드러냈다. 유리 벽으로 화려하게 단장한 건물이 한눈에 들어왔다. 2만2304㎡의 터에 총면적 2094㎡ 지하 1층 지상 1층 규모인 이 건물에는 전시실·북카페·실내 놀이터 등이 있다. 새로운 강 문화를 창출한다며 수자원공사가 58억 원을 들여 지난 2012년 5월에 개장했다. 이와 같은 목적으로 지은 문화관은 전국 4대강에 5곳으로 건립비만 총 664억 원에 달한다.

낙동강문화관은 썰렁했다. 어린이 10명과 학부모를 빼고는 방문객을 찾기 어려웠다. 간혹 나타나는 방문객은 낙동강 자전거길 종주 인증 도장을 찍고 바로 돌아갔다.

처음부터 4대강사업 홍보용으로 조성한 문화관인 탓에 더는 방문객 발길을 끌 콘텐츠가 없는 탓으로 분석된다. 현재 문화관의 65%를 차지하는 전시실에는 변지훈의 '득음', 미디어 작품인 노승관의 '을+숙' 등 작품 4점이 설치됐지만 2012년 5월 개관한 이후 한 번도 바뀌지 않았다.

나머지 볼거리도 부실하기는 마찬가지다. 작품 4점 외에 사진 14점, 4대강사업 홍보영상 3편만이 자리를 차지하는 데다 '사람과 살아라'는 영상은 지난 24일에 이어 아예 나오지도 않았다. 2~4분짜리 짧은 영상은 4대강 치적에 대한 일방적 홍보에 그쳐 공감대를 끌어내기 어려웠다.

주말마다 여는 행사 역시 명절 맞이 전통놀이, 어린이 체험 교실 등으로 천편일률적이고 참여 역시 저조하다. 지난 20일로 예정됐던 제기·딱지 만들기 체험교실에는 15가족 중 2가족만 신청해 오는 28일로 미뤘다.

부산환경운동연합 민은주 정책국장은 "거금을 들여 홍보관을 만들어 놓고 수년간 혈세를 쏟아붓는 상황이 참 답답하다"며 "제 기능을 할 수 없다면 매각하거나 지자체 및 민간에 운영을 맡겨야 한다"고 지적했다.

운영비는 한 해 1억5500만 원이 들지만 자체 수익금은 편의점 임대에서 얻는 600만 원이 전부다. 이 같은 적자 폭은 수공으로서도 부담이다.

보통 미술관이나 전시관에서는 작품을 최소 6개월마다 한 번씩 교체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람들이 발길을 끊어버리기 때문이다. 지역 미술계 한 인사는 "애초 작품 전시용 공간이 아니라 4대강 사업 홍보용으로 작품을 전시한 탓에 작품 교체 예산도 안 잡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낙동강문화관 운영업체 워터웨이플러스 관계자는 "작품 등을 교체할 구상은 하고 있다"면서도 "관련 예산은 확보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