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속노조 "사실상 백기투항" 반발

한화그룹에 대한 회사 매각을 둘러싼 창원 삼성테크윈의 내부 갈등이 노사 간에서 노노 간으로 번졌다. 복수노조의 한쪽이 매각을 용인하는 교섭안을 작성해 협상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자 다른 노조가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금속노조 삼성테크윈 지회는 최근 삼성테크윈 기업노조가 '지회 단체 협약안 우선 교섭 요구안에 반영 안내 및 우선 교섭 요구안 설명 자료 배포의 건'이라는 공문을 보냈다고 13일 밝혔다.

삼성테크윈 지회에 따르면 기업노조의 교섭안에는 '회사는 매각과 관련해 발생하는 강제적 지위 박탈 등 변화에 대해 조합의 요구조건이 수용되지 않을 경우 매각을 즉시 철회해야 한다'는 조항이 담겼다.

또 '회사는 협약 체결일로부터 최소 5년 이상 고용을 보장하고 회사 사정으로 해고자가 발생하면 통상임금 36개월분 이상의 퇴직위로금 등을 지급해야 한다'는 조항도 명시돼 있다.

금속노조 지회는 "기업노조의 교섭안은 사실상 백기투항"이라며 수용 불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금속노조 지회 관계자는 "이 교섭안은 노조의 요구조건이 받아들여지면 당장 매각을 허용하고, 매각 이후에도 일정 기간이 지나면 위로금 지급을 명분으로 추가 해고도 받아들일 수 있다고 돼 있다"면서 "노조의 교섭안이 맞는지 의심스럽다"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또 "기업노조 측은 출범 당시 매각 철회 혹은 매각 무효만이 유일한 목표이자 사명이라고 밝혔는데 두 달도 안돼 태도를 바꾼 저의를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기업노조가 우선교섭 노조 지위를 갖고 있지만 조합원이 1600명으로 전체 조합원(4700명)의 절반에 못 미치는 상황에서 노동자들의 의사와 배치되는 교섭 요구안을 일방적으로 만든 것은 노노 갈등을 부추기는 행위라는 게 금속노조 지회의 판단이다. 금속노조 지회는 매각 철회 요구집회 개최 등 회사와 기업노조의 매각 움직임에 적극 대처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기업노조 측은 "매각이 철회되면 다행이지만 일방적 매각이 이뤄지면 근로자들만 피해를 본다"면서 "이런 상황에 대한 대비 차원에서 단체교섭을 통해 고용보장 등 근로자 안전장치를 마련하기 위해 만든 교섭안"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