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목고·자사고 우선지원 의견도

부산시교육청의 첫 실태조사 결과 매년 100명 이상의 중학교 성적 우수생들이 역외로 빠져나가는 것(본지 11일 자 6면 보도)으로 나타나자 부산 고교의 경쟁력을 강화해 인재 유출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시교육청이 매년 지속되는 학력저하의 원인을 찾고자 조사한 '2013~2014 부산시 중학교 졸업자 타 시·도 진학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단위로 학생을 모집하는 현대청운고 용인외고 민사고 상산고 등 명문고로 빠져나간 학생이 133명이었다. 이 수치는 매년 늘어나고 있다.

시교원단체총연합회 정윤홍 사무총장은 "130명이 넘는 부산의 최상위권 학생들이 대학도 아닌 명문고를 찾아 부산을 이탈한다는 사실이 매우 충격적"이라며 "심각한 위기에 대한 시 차원의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역외 명문고를 선택한 학부모들의 반응은 비슷하다. 부산 특수목적고나 자율형사립고 선택의 폭이 좁고, 입시 성적이 만족스럽지 않다는 것이다. 큰 아이를 부산의 특목고로 보냈고 둘째는 올해 민사고에 진학시킨 학부모는 "경험상 좀 더 경쟁력 있는 학교를 찾다 보니 외부로 눈을 돌리게 됐다"고 말했다. 현대청운고를 거쳐 아이를 서울대에 보낸 다른 학부모는 "재단이 학교에 교육비를 워낙 많이 투자하다 보니 사교육이 거의 필요 없었다"며 "부산의 특목고나 자사고는 따라갈 수 없는 격차"라고 분석했다.

'어린 인재'들의 역외유출을 막을 대안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했다. 시교육청 박경옥 교수학습기획과장은 일반고 강화를 해법으로 제시했다. 박 과장은 "부산의 특목고와 자사고 수가 적은 게 아니고 과학중점학교 등으로 잘 운영되는 일반고가 많다"며 "일반고 역량을 강화하는 한편 학부모에게 부산에도 좋은 고교가 많음을 알려 나가겠다"고 말했다.

반면 부산학생교육원 류성욱 장학관은 "일반고도 필요하지만 부산의 특목고와 자사고를 더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류 장학관은 "부산의 특목고와 자사고는 인풋(자원) 대비 아웃풋(대입 성적)이 좋지 않다 보니 실망한 학생 학부모가 더 좋은 결과를 낸 외부 학교를 찾아가는 것"이라며 "특목고와 자사고는 더욱 노력해 학생과 학부모의 요구에 적극적으로 부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연계 여학생이 갈 만한 자사고가 없어 외부 이탈이 증가한다는 지적도 있다. 시의회 신정철 의원은 "의대를 지원하는 자연계 최상위권 여학생이 갈 만한 자사고가 없는 게 문제"라며 시교육청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부산에는 원래 해운대고(남고)와 동래여고 두 곳의 자사고가 있었지만 동래여고가 지난해 일반고로 전환되면서 여학생이 갈 수 있는 자사고가 없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