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악한 근무환경 울분 쏟아져
- 무작위 통화평가 성과급 삭감
- 식사시간 10분도 보장 안 돼

"한 달에 3000여 통의 상담 전화 중 서너 건의 통화를 뽑아 근무 실적을 평가하는데 상담 매뉴얼에 어긋나는 부분이 있으면 한 달 치 성과급이 통째로 사라집니다. 휴일에 노래방에 불려 나가서 성희롱을 당하는 경우도 잦아요."

29일 오후 2시 부산시의회 중회의실에서는 '콜센터 상담원 노동환경 실태발표 및 처우개선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부산청년유니온이 주관한 이 토론회는 콜센터 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무 환경과 회사의 '갑질'에 대한 폭로가 이어졌다.

상담원들은 점심시간을 보장하지 않는 것은 물론 잔업수당을 제대로 챙겨주지 않는 등 회사의 횡포가 심하다고 지적했다. 콜센터 상담원 한모 씨는 "10분 만에 점심을 먹고 전화기 앞에 앉아야 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휴식시간은 꿈도 못 꾼다"고 말했다. 상담원 김모 씨는 "전화가 몰리는 날이면 회사에서 직원들에게 김밥을 먹인다"며 "'오늘 점심 먹지 마'라는 무언의 요구로 받아들인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0월에는 LG유플러스에서 상담원으로 근무하던 이모(당시 30세)씨가 회사의 노동실태를 고발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도 일어났다.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김재남 국장은 "대기업에서 콜센터를 하도급 주는 구조가 문제"라며 "이 부분이 해결되어야 노동자들의 처우가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시는 2006년 12월 '민간투자촉진조례 및 시행규칙'을 개정해 생산자서비스업(콜센터)의 시설·장비 설치비 보조금 한도액을 1억 원에서 2억 원으로 늘렸다.

이 같은 정책적 지원에 힘입어 부산에는 많은 콜센터가 들어섰다. 청년유니온에 따르면 2006년 이후 부산에는 45곳의 콜센터가 운영 중이며 현재 3만 명가량의 상담원이 있는 것으로 집계된다. 이들의 근속 기간은 1년도 채 되지 않는다.

부산시의회 전진영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부산시는 콜센터를 대규모 유치했다며 자랑하고 있지만 노동자들의 현실은 대단히 열악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뚜렷한 대책은 없다. 새정연 한명숙 의원은 2013년과 지난해 감정노동보호법안을 발의한 바 있지만 아직 국회에서 표류 중이다. 한명숙 의원실 김명섭 비서관은 "일반적인 제조업 노동자가 아닌 감정노동자에 초점을 맞춘 정책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