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시 무안면 어룡동 마을의 윗길. 한전이 지급한 보상금으로 포장한 이 도로에 대해 균열 등 하자 지적이 제기됐다. 18일 주민들이 포장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 과수원 구입놓고 거듭 반목
- 대책위 "한전이 공동체 분열"

송전탑 후유증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송전탑 건설과 시험송전을 두고 한전과 마찰을 빚는 단계를 넘어 피해보상에 합의한 주민과 합의하지 않은 주민들이 마을보상금 사용 문제로 다투다 경찰에 고발하는 사태로까지 비화해 마을 공동체가 결딴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경남 밀양시 무안면 웅동리 어룡동 마을 주민 김모(60) 씨는 최근 전 주민 대표 A 씨와 마을 도로 포장공사를 한 건설업체 대표를 경찰에 고발했다고 18일 전했다. 한전으로부터 받은 피해보상금으로 포장한 마을 도로의 시공 상태가 발단이다. 송전탑 7기가 들어선 이 마을에는 9500만 원의 보상금이 나왔다. 그 돈 중 1100만 원은 송전탑 반대 농성 경비로 사용하고 나머지 8400만 원으로 마을 도로 포장공사를 했는데 곳곳에 균열이 생기고 시멘트가 날리는 등 하자가 드러나 주민들 간에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김 씨는 "당초 4000만 원을 들여 마을 윗길만 포장하기로 했는데, A 씨가 4400만 원을 더 투입해 아랫길까지 포장했다. 주민 동의없이 아랫길까지 포장한 것도 문제인데 하자가 발생했고 시공업체가 나몰라라하며 보수를 외면해 울화가 치민다"고 말했다. 그는 "A 씨에게 항의했으나 '비가 오면 괜찮다'고 했고, 시공업체도 하자 보수를 거부했다"고 고발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A 씨는 "마을회의를 거쳐 윗길과 아랫길 모두 포장했는데 일부 주민만 (회의 내용을) 듣지 못했다고 한다. 시공업체가 보수를 한다고 했는데 바빠서 지금까지 못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상동면 고정마을의 주민 불화도 고발 사태로 치닫고 있다. 이 마을은 전체 93가구 가운데 59가구만 한전과 송전탑 피해보상에 합의하고 나머지 34가구는 아직 합의하지 않은 상태다. 그런데도 한전은 전체 주민의 절반 이상이 합의했다며 가구당 574만 원씩 모두 5억3400만 원의 보상금을 마을에 지급했다. 합의한 주민들은 이 돈으로 영농조합법인을 설립하고 산내면 송백리에 있는 사과 과수원 7000여 ㎡를 구입해 미합의 주민들과 반목하고 있다.

미합의 주민 안모(66) 씨는 "주민 전체가 보상에 합의하지 않았는데도 합의한 것처럼 돈을 받은 것도 문제지만 미합의 주민들의 동의도 받지 않고 돈을 법인에 출자하고 과수원을 산 것 역시 잘못이다"며 "반드시 고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10년 동안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면서 어려움이 많았는데 한전이 보상금으로 마을공동체를 분열시키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밀양 송전탑 반대대책위 이계삼 사무국장은 "한전이 마을에 보상금 형태로 기금을 주면서 주민들 사이에 돈 수령 여부를 두고 갈등과 다툼이 있었는데 이는 한전이 부추긴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이어 "마을기금의 분배와 사용을 두고도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데 이 또한 한전이 야기한 것으로 이웃이 원수가 되고 분열 양상을 보이는 마을이 여러 곳"이라며 개탄했다.

한편 한전은 지난달 28일 90.5㎞에 이르는 신고리 원전∼북경남변전소 765㎸ 송전선로 건설사업을 마무리하고 현재 시험송전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