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력 떨어지는데 값도 올라 

- "이참에 좀 끊어보려고…"

- 보건소 금연클리닉 등록 쇄도

신년 초 대한민국이 담배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예년 같으면 작심삼일로 끝나기 일쑤지만 올해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무려 2000원이나 오른 '한 끼 식삿값' 부담 때문에 담배를 멀리하는 이들이 늘었다. 흡연율이 떨어지는 남성에 비해 꾸준히 늘고 있는 여성 애연가들도 예외는 아니다. 남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제력이 떨어져 가격 인상에 대한 체감도가 큰 데다 주위 시선도 따가운 만큼 이번 기회에 금연에 성공하겠다는 여성이 크게 늘었다.

16일 오전 부산 북구 화명동 북구보건소 내 금연클리닉. 평일 오전이지만 금연을 결심하고 금연클리닉을 찾은 이들로 복도 대기석까지 꽉 찼다. 3명의 상담사 앞에는 끊임없이 애연가들이 자리를 채웠다. 40~60대 남성이 대부분이었지만 금연 열풍에 동참하는 여성도 많이 눈에 띄었다.

보건소 입구에서 만난 한모(여·29) 씨는 "남자 친구가 담배 피우는 것을 싫어하는 데다 피부 건강에 좋지 않은 것 같아 새해부터 보름째 금연 중"이라며 "담뱃값 부담으로 금연에 들어간 친구가 서너 명 된다"고 말했다.

구모(여·63) 씨는 30여 년간 피워온 담배를 이번 기회에 끊기로 했다. 구 씨는 "젊은 시절 가난한 형편에 남편까지 사고로 오른쪽 다리를 잃었다. 당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담배를 피우게 됐다"며 "버릇이 돼 아침에 일어나면 혈압약을 먹고 담배를 피우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김모(여·49) 씨도 금연 대열에 동참했다. 스트레스 때문에 피우기 시작한 담배를 10년째 끊지 못하다가 지난달 24일 처음 금연 클리닉을 찾았다. 김 씨는 "여자가 금연클리닉을 찾아온다는 게 부끄럽기도 해서 오늘 금연클리닉에 오지 않으려고 했다. 상담사가 전화를 해줘 용기를 내서 나왔다"고 말했다.

지난 1일부터 15일까지 북구보건소 금연클리닉의 신규 등록자는 520명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135명과 비교하면 4배가량 증가했다. 여성 신규 등록자도 17명에서 35명으로 증가했다. 담뱃값 인상 소식이 알려진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는 1217명이 새로 금연클리닉에 등록했다. 2013년에는 같은 기간 528명이 등록했다. 여성 신규 등록자도 47명에서 119명으로 배 이상 증가했다. 한 상담사는 "여성은 아무래도 주위 시선 때문에 금연클리닉을 찾는 것을 부담스러워한다"면서도 "연령대별로는 40~60대가 가장 많지만 최근에는 20대 여성도 간혹 방문한다"고 귀띔했다.

보건복지부 자료를 보면 남성 흡연율은 2001년 60.3%에서 2012년 43.7%까지 감소했다. 반면 여성 흡연율은 같은 기간 5.2%에서 7.9%로 증가했다. 여성은 대개 남성보다 적은 양의 담배를 피우지만 의존도는 더 높고 금단 증상도 심하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이 때문에 남성보다 담배를 끊는 데 어려움을 더 겪는다. 

북구보건소 금연클리닉 정임수 상담사는 "여성은 우울증이나 스트레스로 담배를 피우는 경우가 많은 만큼 스트레스 대처법이 중요하다. 담배를 끊기 어렵다면 주위 시선을 의식하지 말고 금연클리닉의 도움을 받기를 권한다"고 말했다. 금연클리닉은 총 6주 과정으로 진행된다. 금연 상담, 니코틴의존도 검사, 보조제 처방, 행동요법 지도 등을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