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만~5만 원 고가에 CT촬영 요구
- 보건소는 인력부족 발급 꺼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정부 지원금을 받기 위해 매년 제출하는 근로능력평가용 진단서(근로능력평가서)의 발급비가 저소득층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다. 대부분 보건소가 전문 인력과 장비 부족으로 근로능력평가서 발급을 꺼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적잖은 비용을 내고 병원을 찾고 있기 때문이다.

22일 부산지역 병원에 따르면 근로능력평가서 발급비는 종합병원 3만~5만 원, 의원급은 1만 원을 내야 한다. 병원 측은 3개월간의 진료 기록이 있어야 이 서류를 발급해줘 수급자 입장에서는 병원을 옮기기도 쉽지 않다. 그뿐만 아니라 이 가격은 매년 5000원에서 1만 원씩 오르는 추세다. 종합병원이면 고가인 CT 촬영을 요구하는 경우도 잦다.

보건소는 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지만 전문 인력과 장비가 없다는 이유로 발급을 꺼린다. 지난 18일 취재진이 일선 보건소 6곳에 근로능력평가서 발급에 대해 문의한 결과 2곳은 "진단서 발급을 안한다"고 잘라 말했고, 2곳은 병명은 묻지도 않은 채 "병원으로 가는 게 낫다"고 유도했다.

근로능력평가용 진단서는 상당수 기초생활보장수급자에게 필수적인 서류다. 질병이나 사고 등으로 노동력이 부족하다고 판정받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는 매년 한 번씩 이 서류를 구청에 제출해야 정부 지원을 계속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상구에 따르면 관내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1만683명 중 24.7%에 해당하는 2640명이 이 서류 제출 대상에 속한다. 부산시 전체로 확대하면 약 3만 명이 매년 근로능력평가서를 발급받아야 한다.

근로능력평가용 진단서 발급비용인 1만~5만 원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에게는 적지 않은 부담이다. 30년 전 교통사고로 척추를 다쳐 기초생활보장 수급비 지원을 받는 정연갑(61·부산 사상구 모라동) 씨는 "부유층에게는 푼돈인지 모르겠지만 우리에게는 거금"이라며 "발급비가 없어 애를 태운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고 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근로능력평가용 진단서만큼은 무료로 발급하거나 낮은 수준으로 조정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박민성 사회복지연대 사무처장은 "발급비를 지침으로 정해놓거나 건강보험에 적용하는 쪽으로 매뉴얼화 해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의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며 "이는 국가 재정에 부담이 가는 일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