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 희망농장. 부산진구청 제공

- 부산진구 운영 영농체험 농지
- 최근 바뀐 지주 임차 연장 안해
- 운영 10년 만에 사업 접을 처지

부산 부산진구가 2005년 1월부터 운영한 '흙사랑 희망농장 사업단'(희망농장)이 오는 31일 사라진다. 부산진구는 경남 김해시 대동면 일원 3필지(9900여㎡)를 임차해 희망농장을 운영했지만 최근 땅 주인이 바뀌면서 이 사업을 접어야 한다고 19일 밝혔다.

희망농장은 어린이집과 유치원 등 84개 단체와 65명의 개인이 참가한 부산진구의 명물 영농 체험 프로그램이다. 매년 수확 시기에는 6500여 명이 참가하는 등 인기를 끌었다.

희망농장은 일반적인 주말농장·자연체험 프로그램과 달랐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스스로 일어설 수 있도록 했다. 이들이 농사 일을 하면 구가 그 대가를 지급했다. 일하며 자활 의지를 다진 것이다. 이 프로그램에 참가한 박모 씨는 "땀의 의미를 배우고 있었는데 아쉽다"고 말했다. 한 유치원 관계자는 "아이들이 농장에 갈 때 좋아하던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이제 어디서 이런 현장 교육을 할지 막막하다"고 밝혔다.

부산진구는 그동안 투입한 예산에 비해 수익이 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꼭 필요한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해 꾸준히 유지했다. 부산지역 구·군 중에서 자연체험 프로그램을 가장 먼저 시작했다는 자부심도 있었다. 처음 조성할 때 담당 공무원이 삽과 곡괭이를 가져가 직접 밭을 일굴 정도로 공을 들였다.

희망농장이 사라지게 된 것은 농장 땅이 다른 사람에게 팔렸기 때문이다. 부산진구는 김모 씨 일가족이 소유한 땅을 임차해 희망농장으로 운영했다. 그러나 지난해 김 씨가 사망한 후 땅의 소유권은 친인척 정모 씨에게 넘어갔다고 한다. 정 씨는 최근 희망농장의 3필지 중 가장 비옥한 땅으로 꼽히던 중간 필지를 최근 다른 사람에게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가운데 필지가 가장 비옥한 땅이라 사실상 이 땅에서 프로그램을 운영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부산진구는 기존 희망농장 참가자를 부산시가 명지동 일대에서 운영하는 시민텃밭에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하지만, 시민텃밭은 경쟁률이 6대 1에 육박할 정도로 신청자가 많아 희망농장 참가자가 자연체험을 계속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부산진구 임상윤 자활사업 담당은 "구 소유 대지를 활용해 이 프로그램을 이어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