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하루가 다르게 하락하면서 전국에 보통휘발유 ℓ당 1400원대 주유소가 속속 등장하고 있으나 부산은 1500원 중반대 주유소가 가장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 주유소 업계가 정유사 공급 가격을 소비자가격에 제때 반영하지 않고 눈치작전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의 자료를 보면, 이날 기준 부산의 보통휘발유 ℓ당 평균가격은 1635.25원으로, 전국 평균 1652.23원보다 약 17원 낮았다. 부산에서 휘발유가 가장 저렴한 곳은 기장군 장안읍 첼시주유소(셀프)로 1548원이었다. 유일하게 1540원대다. 반면 경남에는 사천시에 두 곳의 1400원대 주유소가 영업 중이며, 대구에도 최저가 1478원을 비롯해 5곳 이상의 주유소가 1400원대 가격을 고시했다. 인천에 2곳, 경기도에 5곳 이상 등 수도권에도 1400원대 주유소가 늘고 있다. 울산도 최저 1515원대 주유소가 있어 1400원대 진입을 눈앞에 뒀다.

이처럼 휘발유 가격이 하락하는 것은 국제유가 흐름을 정유사가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유사는 주유소에 공급하는 휘발유 기준가격을 지난 9일 ℓ당 60원 이상 내린 데 이어 지난 16일 40원 이상 더 내렸다. SK에너지는 보통휘발유를 ℓ당 1625원에서 1577원으로 48원 내렸고, 경유는 1462원에서 1422원으로 40원 인하했다. GS칼텍스는 휘발유 공급가를 1574원으로 46원 내렸다. 지난 9일과 16일 사이 ℓ당 100원가량 인하한 것이다. 

하지만 17일 현재 부산지역 평균가 1635원과 지난 8일 평균가격 1678원을 비교하면 부산지역 주유소는 평균 43원밖에 인하하지 않았다. 정유소 공급가격 인하분의 절반만 소비자가격에 반영한 것이다. 기장군 첼시주유소 관계자는 "어차피 다음 주에도 가격이 더 내려갈 것으로 보고 미리 인하했다. 손해를 본다고 말하기는 어려워도 이익은 거의 없다"면서 "부산 최저가 주유소라는 광고 효과를 기대하고 내렸다"고 말했다. 

주유소 업계 관계자는 "높은 가격으로 미리 확보해 놓은 물량이 많은 주유소는 최근 공급가가 떨어졌다고 무턱대고 가격을 내릴 수 없다. 다만 가격 인하 경쟁이 치열하면 부산에도 1400원대 주유소가 곧 등장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