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대평 지방자치발전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8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지방자치발전 종합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 지역 문제를 지역 주민이
- 스스로 해결하기 위해
- 지역 정치인을 뽑는 제도
- 서울과 6대 광역시의
- 구·군의회를 폐지하겠다는
- 지방자치발전종합계획
- 당장 예산절감 효과는 있겠지만
- 풀뿌리 민주주의는 크게 퇴보

지난 11일 지방자치발전위원회가 발표한 '지방자치발전종합계획'이 큰 논란을 빚고 있다. 해당 계획은 교육감과 구청장, 그리고 구의원을 주민이 직접 선출하는 방식을 폐지하고자 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이는 과연 어떠한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일까? 지역민의 관점에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는 문제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지방자치제도가 무엇인지에 대해 살펴봐야 할 것이다. 올해 6월 4일에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열렸다. '지방선거'라는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시장과 구청장, 시의원과 구의원, 그리고 교육감을 선출하는 것을 목적으로 치러졌다. 이처럼 대통령 선거, 국회의원 선거와 별개로 지방선거를 치르는 이유는 지역주민의 목소리를 정치에 반영하고, 지역의 문제를 지역에서 스스로 해결하기 위한 '풀뿌리 민주주의'를 구현하기 위해서이다.

풀뿌리 민주주의(Grassroot Democracy)는 그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아래로부터의 정치'를 의미한다. 서울과 수도권에 모든 것이 집중된 한국과 같은 중앙집권형 사회에서, 풀뿌리 민주주의가 갖는 의미는 지역의 문제를 지역주민이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정치환경을 만들기 위해서이다. 즉, 지역 주민이 바라는 것, 지역의 문제점에 대한 해결 방안 등이 지역정치인에게 반영되고, 그들을 중심으로 해법이 모색될 수 있는 장이 마련됨을 의미한다.

지방자치제도는 바로 이러한 풀뿌리 민주주의를 지향한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듯이, 서울특별시와 부산광역시의 환경은 다양한 측면에서 차이가 있다. 인구수가 다름에 따라 살림살이의 규모도 다르고, 교육환경 또한 다르다. 그래서 서울과 동일한 잣대에서 부산을 바라봐서는 안 되며, 부산만의 고유한 지역적 관점에서 다양한 일이 처리돼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역의 현황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지역정치인'이 필요하며, 그들을 선출하는 권한 또한 지역민에게 주어져야 한다. 지방자치제도(地方自治制度)에서 '지방'(地方)과 '자치'(自治:스스로 다스림)의 단어가 갖는 의미에는 바로 이러한 풀뿌리 민주주의의 이념이 포함돼 있다.

그러한 관점에서, 지방자치발전위원회가 발표한 '지방자치발전종합계획'은 어떠한 의미가 있을까? 우선 계획안에는 서울과 6대 광역시의 구·군의회를 폐지하자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만약 이 안이 현실화된다면, 수백 명에 달하는 구·군의회 의원이 줄어 많은 예산을 아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지역 문제를 가장 작은 단위에서 논의하고, 해법을 모색하던 구의회와 구의원이 사라짐으로써, 풀뿌리 민주주의의 이념은 한 걸음 퇴보할 수밖에 없다.

다음으로 서울을 제외한 광역시의 구청장과 군수를 직선제가 아닌 임명제로 전환한다는 내용이다. 이는 구청장과 군수를 주민이 직접 선출하지 않고, 시장이나 도지사가 임명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역시 매번 구청장 선거에 투입되는 막대한 예산을 줄이고, 행정의 효율성을 높이고자 하는 취지에서 제안됐다. 하지만 구의원에 이어 구청장까지도 주민이 선출하지 못한다면, 풀뿌리 민주주의에서 가장 핵심적인 '뿌리'가 거의 사라질 수밖에 없다. 한편 지방자치발전종합계획에는 지역의 교육을 다스리는 교육감 또한 주민이 직접 선출하는 것을 폐지하는 안도 담겨 있다.

만약 이러한 계획안이 실현된다면, 시의원과 구의원, 교육감을 동시에 선출하는 지방선거는 자취를 감출 수도 있을 것이다. 1995년 제1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시행된 지 불과 20여 년 만에, 지방자치제도를 위한 선거제도가 큰 변화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지방자치발전종합계획은 행정의 효율성을 높이고, 예산을 절감하는 것을 위해 제시된 방안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지역주민이 대한민국의 주인이 되는 기회는 훨씬 더 감소할 것이며, 이는 더욱 절감되는 예산보다 더 큰 손실이라고도 할 수 있다.

우리나라 헌법 제1조는 "대한민국은 민주(民主)공화국이다"라는 문구로 시작된다. 헌법이 강조하는 바와 같이, 국민(民)이 주인(主)이 되는 대한민국이 되기 위해서는, 아주 작은 풀뿌리에서부터 민주주의가 그려질 수 있는 지방자치제도의 확립이 강조돼야 할 것이다. 박선미(동의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강사)·김정덕(한국언론진흥재단 부산사무소 NIE 강사)


# 기사를 읽고

-지방자치제도와 풀뿌리 민주주의는 어떠한 상관관계를 갖고 있을까?

-시장, 시의원과 구의원, 그리고 교육감은 왜 지역주민이 직접 선출해야 할까? 풀뿌리 민주주의의 관점에서 자유롭게 생각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