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학기술 중·장기 비전 수립
- 내년 상반기 중 출범 로드맵

- 대학 경쟁력·인적자원 활용
- 산업구조 미래형 재편 승부

- 인재모집·재원마련이 관건

부산시가 미래 발전상으로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한 창조혁신도시 모델을 세운 것은 그래도 부산의 대학 경쟁력이 다른 지역보다 낫다는 판단 때문이다. 부산에는 4년제 대학 15개, 전문대학 10개 등 총 25개의 대학이 있다. 부산대 부경대 해양대 부산교대 등 국립대도 4곳이나 있어 대학 경쟁력으로 봐서는 서울 다음이다. 이같이 풍부한 연구인력을 활용해 연구개발(R&D) 분야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것이 시의 생각이다.

■사업 추진 배경

부산의 도시 경쟁력은 참담한 수준이다. 부산은 인구에 비해 인당 GRDP(지역내총생산)와 도시경쟁력, 과학기술혁신 역량, 지역발전지수 등이 상당히 처져 있다. 부산의 인구는 354만 명으로 16개 시·도 가운데 3위이지만 인당 GRDP(1918만 원)는 15위, 도시경쟁력 10위, 과학기술혁신역량 10위, 지역발전지수 13위이다. 3D 프린터와 로봇기술이 발전하면서 일자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산업구조를 미래형으로 재편하지 않으면 몰락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이 같은 계획을 세우게 했다. 인재와 기술 혁신을 통해 지역 산업 구조를 바꾸고 산업구조가 혁신되면 좋은 일자리가 창출되며 혁신 생태계 조성으로 지속 가능한 성장체계를 확보할 수 있다고 시는 보고 있다.

■미래예측 기능 부여

TNT 2030 계획의 핵심은 (재)부산과학기술기획평가원(BISTEP)의 설립이다. 연구개발사업의 컨트롤타워로 이를 기획해 유치하고, 평가하는 업무를 맡는다. 과학기술의 미래를 예측해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광주·경기과학기술기획평가원과 지역 내 다른 연구개발기관과 다른 점이다. 그동안 시에서는 과학기술 중장기 비전과 이에 기반을 둔 과학기술진흥종합계획을 제대로 수립하지 못했다. 평가원 내 전략기획본부가 이 같은 역할을 맡는다. 시는 내년 3월 법인 설립을 위한 타당성 용역을 완료하고, 행정자치부와 협의를 거쳐 내년 6월께 미래창조과학부의 허가를 받을 계획이다. 이후 조례 제정을 거쳐 상반기 중으로 평가원을 출범한다는 로드맵을 세웠다.

연구개발사업을 유치만 하고 사업화로 연결하지 못하면 지역 경제에 미치는 효과는 미미하다. 시는 이 부분을 인식해 (주)부산과학기술지주를 설립한다. 시가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해 자본금과 초기 운영비를 지원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는 부산테크노파크를 통한 간접 출자와 사업을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시는 또 산학연 연구단지 조성을 활성화하기 위해 해당 대학에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초기 정착 단계에 시비 일부를 지원하고, 입주기업에는 시에서 운용하는 투자펀드를 지원한다. 정부 국책사업과 연계될 수 있도록 다리를 놓아 주는 역할도 할 예정이다. 한양대 안산 에리카 캠퍼스와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 센테니얼 캠퍼스, 애리조나 과학기술단지 등이 모델이 됐다.

시는 TNT 2030 사업이 성공하려면 적어도 20년간 30조 원을 투입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장기간 이 정도는 투입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민선 6기에는 6조 원을 투입한다. 이 가운데 국비는 3조2000억 원, 시비 8000억 원, 민자 2조 원으로 구성한다.

■실현 가능성 있나

전문가들은 시의 이 같은 계획이 부산의 새로운 먹거리 창출을 위해 바람직하다고 보면서도 결국 선택과 집중을 어떻게 하느냐가 성패를 가를 것으로 평가했다. 재원에 대해서도 민간 투자가 나타나면 해결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전국 최고 수준의 연구원을 어떻게 평가원에 영입할지가 관건이다. 상대적으로 적은 보수로는 우수 인재를 영입할 수 없다. 부산테크노파크와 부산발전연구원 등 다른 연구개발기관 기능이 겹치는 부분도 풀어야 할 숙제다. 부산의 한 연구개발기관 관계자는 "대학에 연구단지만 조성하면 일자리가 창출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기업을 연결해 사업화를 추구해야 현실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지역으로 내려가는 공공기관 우수 인력 중 부산에 정착하고 싶은 연구원을 접촉할 방침이다. 사업화를 위해 부산과학기술지주를 설립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