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가 이번에 도입하는 인사제도 혁신안은 '인사 권력'을 휘두른 지원·주무부서의 힘을 빼고, 능력에 따른 승진 인사를 구현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개인 평가를 부서장의 자의에 맡기지 않고 주변 사람의 평가를 기초로 한 객관적인 분석에 맞춘 것도 다른 시·도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점이다.

서 시장이 지원·주무부서의 힘을 빼려고 빼 든 카드는 승진 정원제 도입과 통합인재관리시스템 구축이다. 올해 부서별 4급 이하 승진자를 보면, 주무부서는 평균 5.5명이 승진한 데 비해 비 주무부서는 3.6명에 그쳤다. 지원·주무부서의 승진자 한도를 인력 비중에 맞게 설정하고 그 준수 여부를 매번 공개할 방침이다. 

모든 부서가 경쟁할 수 있도록 이번 조직 개편안에서 ○○정책과 등 주무과를 없앴다. 해당 과장이 승진하면 해당 과의 담당이 과장으로 승진하는 시스템을 도입한다. 이렇게 되면 주무과장이 승진하면서 일어나는 다른 과장의 연쇄 이동을 없애 전문성을 높일 수 있다. 통합인재관리시스템은 평정을 누가 줬고 이의 집계 과정이 어떻게 되는지를 정보화해 투명하게 운용함으로써 지원부서의 입김을 최소화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이 시스템이 도입되면 지원부서는 자료 정리 외에는 인사에 크게 영향을 미칠 수 없게 된다.

쌍방향 역량개발평가는 직원 평가와 관련해 많은 사람의 의견을 듣는 것으로, 12가지 항목으로 세세하게 평가하면서도 이를 체계적으로 분석한다. 현재의 평가제도는 다수의 하위자를 상위자 혼자 평가해야 하므로 상위자가 느끼는 심리적 부담이 크고, 소수가 주관적으로 평가해 결과의 객관성이 부족했다. 창의성을 가로막는 권위적 조직 문화를 형성하는 데에도 일조했다.

다수가 참여해 평가 결과의 신뢰도를 높이고 상호존중하는 문화를 형성해 부서 간 업무 협조도 원활해질 것으로 시는 기대했다. 시가 이번에 적용하는 시스템은 부산시 경영진단 용역을 수행하고 있는 '엘리오 컨설팅 앤 매니지먼트사'의 '매핑 기반 쌍방향 역량개발평가 시스템'이다. 이는 모든 직원이 자신의 업무와 연관이 있는 사람을 선정해 평가한다. 웹사이트에서 자신의 평가 결과를 알 수 있고, 직원이 평가한 장·단점까지 검색할 수 있다. 시는 이번 연말 5급 이하 인사에서 이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시는 이달 둘째 주에 평가 분석을 끝낼 계획이다.

부산시 공무원은 그동안 인사에 대해 외부의 영향력 있는 인맥을 동원하거나, 특정 부서·계파·동향 출신 모임이 서로 밀어주고 끌어준다는 불만이 많았다. 이런 인사로는 서병수 시장이 추구하는 일자리 창출, 안전한 도시, 동서 균형발전이 어렵다는 판단이 선 것으로 보인다. 

부산시 관계자는 "서 시장은 전 직원이 듣는 자리에서 이 같은 인사 원칙을 밝힘으로써 시정 혁신안에 대한 공감을 얻고 변화를 거부하고 불신하는 세력에 경고의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