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시장의 현재 모습. 물자가 태부족했던 1950년대에도 국제시장은 '사람 빼고 다 외제'라는 말이 유행할 만큼 활기가 있었고 그 명성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영화 '국제시장'의 개봉이 박두하면서 부산의 명물 국제시장도 명실공히 전국구 차원의 조명을 받고 있다. 상권이 덩달아 되살아나고 국내외 방문객이 많이 늘어날 것이란 기대감도 커진다. 국제시장의 화려한 복귀 무대가 막을 올리고 있다.

28일 오후 부산 중구 신창동 국제시장. 1공구부터 6공구에 걸쳐 1500개 가까운 점포가 밀집한 부산 대표 시장답게 사람과 차량이 북적거렸고, 다양한 구색의 물품이 넘쳐났다. 바로 옆 부평깡통야시장이 전국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으며, 인근 광복·남포동 역시 금요일부터 밀려드는 외지 관광객으로 북적대면서 국제시장 분위기도 이전보다 밝아진 듯했다.

하지만 국제시장 상인들이 체감하는 온도는 사뭇 달랐다. 김용운 국제시장번영회장은 "대형 유통업체에 밀려 모든 여건이 좋지 않다. 젊은 층이 편하게 쇼핑할 공간과 주차장이 적다. 상권이 쇠퇴하면서 건물과 시설이 낡아 어려움이 더 크다"고 토로했다.

한창 번창했던 1950년대의 국제시장. 국제신문 DB

국제시장의 '고참' 상인들이 기억하는 국제시장의 '왕년'은 대단했다. 김 번영회장은 "6·25전쟁 직후부터 한동안은 국제시장을 통하지 않으면 산업공구를 구하지 못하던 시절이 있었다"고 회상했다. 신흥금속상사 오수찬(77) 대표는 "1965년 국제시장 철물조합에 취직한 것이 내 인생의 첫 직장이었다. 1970~1980년대는 사실 먹고 살 만했다. IMF 외환위기 당시에도 선박 경기가 좋아 괜찮았다. 그런데 지금은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다 지난해 윤제균 감독이 번영회를 찾아와 '국제시장'이라는 영화를 찍겠다고 했다.

김 번영회장은 "어떻게든 홍보를 열심히 해보려던 참에 윤 감독이 찾아와 취지를 설명하기에 흔쾌히 협력을 약속했다"고 말했다. 영화제작팀이 국제시장에 왔을 때 번영회는 사무실을 본부로 쓰라고 내줬고 노상 주차장을 촬영장소로 비워 줬다.

"열일곱 살 때부터 국제시장에서 잔뼈가 굵었는데 지난해 10월 여기서 '국제시장'을 촬영할 때 단역으로 출연했죠." 부산수예점 이영대(54) 사장은 "기대가 크다. 영화가 꼭 흥행에 성공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영화 개봉(다음 달 17일) 소식이 상인과 지자체를 들뜨게 하는 건 윤제균 감독이 보여준 능력 때문이다. 부산 태생인 윤 감독은 2007년 물만골에서 찍은 영화 '1번가의 기적'으로 고향 부산을 따뜻하게 그렸고, 1145만 명이 본 2009년 작품 '해운대'로 해운대를 한국 최고의 명소로 올려놨다. 김은숙 중구청장은 "영화나 드라마, 대중음악에 등장해 더욱 인기가 올라간 명소가 얼마나 많으냐. 영화 '국제시장'도 국제시장을 전국구 명물로 만드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영화 '국제시장'이 기대를 불러일으키는 것은 무엇보다 실제 국제시장에 무궁무진한 사연과 우리 사회 '아버지 세대' 이야기가 녹아 있기 때문이다. 2010년 국제시장의 1, 2세대 상인을 인터뷰한 책 '굳세어라 국제시장'(도요)을 펴낸 소설가 이상섭 씨는 "광복 직후 형성돼 한국전쟁 때 숱한 피란민을 받아들여 한때 부산의 경제심장부가 됐던 국제시장은 부산이 가진 기억의 매립지"라고 밝혔다.

영화 '국제시장'의 주제 역시 1950년 부산으로 피란 온 덕수(황정민 분)가 가족을 위해 자신을 바치는 '평범한 아버지의 위대한 이야기'이다. 굳세게 부산을 지켜온 국제시장이 오랜만에 무대의 한복판에 섰다.

28일 영화 '국제시장'에 관해 얘기를 나누고 있는 국제시장 상인들. 백한기 선임기자 baekhk@kookje.co.kr

◇국제시장 현황

▶6개 공구 12개 동(철근 콘크리트 슬래브 건물) ▶각동 2층, 연면적 1만 1414.77㎡ ▶점포 1489개소 ▶종사자 871명

1공구=문구·잡화·식당, 2공구=의류·안경·주방용품, 3공구=침구·문구·의류, 4공구=침구·주단·한복, 5공구=의류·철물·주단, 6공구=기계·문구·주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