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측 모두 "효율성 저하" 우려

최근 법원이 현대·기아자동차 사내하도급 근로자들의 지위에 관해 내린 판결이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사내 하도급 근로자에게는 아주 유리한 판결이지만 오히려 회사의 경영과 고용불안을 가중시키는 등의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어서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9월 현대차와 기아차의 사내 하도급 근로자들이 원청사(현대·기아차)를 상대로 제기한 집단소송에 대해 '원청사의 근로자로 봐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는 법원이 현대차와 자동차 부품 생산 및 물류 계약을 맺은 부품사나 물류사의 하도급 근로자까지도 현대·기아차와 묵시적 파견계약 관계가 있는 것으로 해석했다는 뜻이다. 사내 하도급사 근로자들의 근무시간이나 작업속도 등이 원청사의 지휘, 통제에 따라 이뤄지고 있어 사실상 원청사가 노무지휘권 등을 행사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현대·기아차는 법원의 판결에 유감의 뜻을 표명했다. 일괄 공정 체계 아래 부품 공급 등이 신속하게 이뤄져야 하는 자동차사의 조업 특성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사내 하도급 근로자들에게 유리한 판결임에도 불구하고 도리어 그들에게 불이익이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판결대로라면 원청사는 더는 사내에 하도급사를 둘 수 없게 된다. 이럴 경우 사내 하도급사들은 사무실과 창고 등 생산활동을 위한 시설들을 원청사 밖으로 이전해야 한다. 이는 곧 임차료나 물류비 등 제반비용 증가와 함께 부품 조달 효율성 저하로 이어져 경영상 부담과 고용불안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대차는 이번 1심 판결에 따라 울산공장 내에서 부품을 조립·공급 중인 사내 하도급사들을 올해 안으로 퇴거시킬 계획이다. 현재 현대차 울산공장에는 200여 개의 사내 하도급사가 상주해 있다. 고용인원은 2000여 명이다.

사내 하도급사들은 난감하다는 반응이다. 한 업체 대표는 "인건비 인상 등으로 가뜩이나 힘든 판에 퇴거되면 당장 공장을 마련해야 하는 등 각종 비용이 지금보다 몇 배 더 든다"고 우려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사내 하도급사 뿐 아니라 생산현장에서도 반발의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며 "일단 항소하기로 한 만큼 최종 결과를 기다려 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