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영도대교 개통 80주년과 도개 기능 회복 1주년을 기념하는 '올드 앤 영 만남의 축제' 행사가 부산 중구 주최로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 연일 북적댔던 전국 관광객
- 주변 인프라·콘텐츠 부족에
- 시간 지날수록 발길 줄어

- 부산시·중구·영도구 등 지자체
- 주차장 건립·인근 정비 외엔
- 관광활성화 사업 진척 없어
- 시간 조정·야간 경관조명 답보
- 시든 인기에 상인들도 시큰둥

27일은 영도다리(대교)가 도개 기능을 회복한 지 1주년이 되는 날이다.

부산의 새로운 관광 명물을 조성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도개하는 것 말고는 보고 즐길 거리가 없다는 혹독한 비평도 있다. 대부분이 50대 이상 관광객이어서 젊은 층을 유인할 방안이 시급한 것으로 전문가는 지적했다.

지난해 11월 27일 영도다리를 들어 올린 이후 전국의 관광객이 과거의 향수를 느끼려고 영도다리를 찾았다. 개통 초기 평일 평균 1500명, 주말 6000명의 관광객이 찾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인근 식당과 상가 등에 고객이 늘면서 매출이 증가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관광객 수는 떨어져 최근에는 평일 평균 500명, 주말 900명에 그치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다른 다리와 다르지 않은 '그저 그런 다리'에 머물 수 있는 처지다.

부산시와 중구, 영도구는 도개 이후 관광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마련했지만, 실현된 것은 주차장 건립과 주변 정비뿐이다. 영도구와 중구에 관광버스를 댈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중구가 추진 중인 포토존과 전광판 설치 등 만남의 명소 조성은 설계 중이고, 관광안내소는 지난 9월 착공해 다음 달 준공을 앞두고 있다.

영도구 측 물양장에 설치하기로 한 아트마켓과 먹거리존, 포토존, 공방, 인문학 카페, 공연장 등은 영도대교 주변 관광 인프라 구축 수립용역이 최근 마무리되면서 이제 시작할 태세다.

재개통 이래 논의된 도개 시간 조정과 야간 경관 조명은 답보 상태다. 야간관광 활성화를 위해 도개를 야간에도 시행하는 방안은 교통 정체를 우려하는 일부 주민의 반발로 시도조차 못 하고 있다. 경관 조명은 내년 6월 완료하는 부산시 야간경관기본계획에 맞춰 추진 중이어서 진척된 사항이 하나도 없다.

이런 인프라 외에도 다양한 콘텐츠가 없는 것도 아쉽다. 관광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엽서 하나 파는 곳이 없다. 해상 분수쇼와 오색 연기쇼도 없다. 공연은 특정 행사가 있을 때 중구 측에서 열리지만 장소가 좁아 한계가 있다.

사정이 이러니 인근 상인도 시큰둥한 반응이다. 김동식 도시철도 남포역 S지하상가회장은 "영도대교 도개 이후 유동인구가 늘어 점포 매출이 늘긴 했지만 미미한 정도다. 관광버스를 타고 온 어르신이 많아 쇼핑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임대료만 비싸져 지난달 말에만 점포 4곳이 자리를 뺐다"고 말했다. 임정길 영도남항시장 상인회장은 "영도대교가 도개한 후 영도 일대 시장의 여건이 나아진 건 사실 없다. 주변을 활성화하려면 저녁 시간에도 도개를 하는 것이 좋다"고 주장했다.

부족한 관람 공간의 대안으로 해상을 이용하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시는 영도와 중구를 오가는 도선 운항을 추진 중이나 선박 충돌을 우려한 정부의 반대로 한 발도 전진하지 못했다.

부산발전연구원 최도석 선임연구위원은 "분수쇼 등 해상 공간을 활용하는 창의적 사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동아대 임상택(국제관광학과) 교수는 "유람선을 이용해 도개를 구경할 수 있다면 훨씬 많은 관광객이 찾을 것"이라고 밝혔다.


※영도대교 관련 사업 현황

▶ 부산시

-경관조명 추진 중
-야간 도개시간 조정 추진 중
-도개전망대 추진 중

▶ 중구

-자갈치매립지 공영주차장 완료
-전망데크 설치 추진 중
-초재상가 정비 추진 중

▶ 영도구

-포토존 관광안내도 : 9월 설치
-길거리 사진 갤러리 : 9월 설치
-상설 문화공연 : 4월부터
-용역 토대로 추가 사업 예정


# 1년간 무엇이 달라졌나

- 점바치골목 명당자리…공영주차장 갖춰

부산 사람의 애환이 서린 영도대교가 47년 만에 다시 다리를 들어 올린 지 1년을 맞았다. 어떤 점이 달라졌을까.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늘어난 유동인구다. 영도다리 아래 점바치골목은 명당이 됐다. 단체 관광객이 북적인다. 도개 장면을 가까이서 지켜볼 수 있기 때문이다.

도개 직후 영도대교 일대에 대형 관광버스를 주차할 곳이 마땅치 않아 골머리를 앓았는데, 부산시와 중구는 지난 8월 영도대교와 자갈치시장을 찾는 대형 관광버스를 수용하는 자갈치매립지 공영주차장을 열었다. 넓이 1573㎡로 대형버스 13대, 소형자동차 5대를 주차할 수 있다.

지난 9월 남포동 1가 67번지 일대에 지상 1층 규모의 영도대교 관광안내소공사가 시작했다. 또 중구는 영도대교 일대(남포동 1가 72, 남포동 1가 62)를 중심으로 영도대교 관광 상품화와 초재상가 일원 정비사업을 추진 중이다.

영도구는 영도대교 관광 활성화를 위해 '영도대교 주변 관광 인프라구축 수립용역'을 최근 마쳤다. 크게 ▷역사관광형 ▷문화창조형 ▷스토리밀착형으로 나눴다. 봉래동 물양장과 봉래시장, 보세창고 일원을 활용한 영도지역 관문지구, 흰여울 문화마을을 중심으로 한 해안 이야기길 거점지구, 봉래산 일대 지역 자산을 활용한 희망루트 개발지구 등이다.

영도구 관계자는 "단기사업으로는 봉래동 물양장 일대 새 단장과 전망대 건축 등을 꼽을 수 있다. 중장기로는 봉래동 창고 지역, 봉래시장, 대평동 깡깡이길, 남항시장 등을 도시재생 사업으로 가꿀 계획"이라고 말했다.

영도대교의 야간 도개와 경관조명 설치는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다. 부산시 관계자는 "야간 도개는 기술적, 구조적 안전 문제 등을 고려해 검토하고 있다"며 "경관조명은 현재 다리가 문화재로 지정돼 있어 세부적인 검토를 거쳐 실행에 옮길지 의견을 모아야 한다"고 밝혔다.


# 시설공단 도개 실무자 감회

- "1분 전 건너려는 주민과 티격태격 했었죠"

부산시설공단 직원이 영도대교의 기계 부위를 점검하고 있다.

오전 10시. 영도대교 교각을 들어 올리기 위한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시각이다.

매일 정오에 시행하는 영도대교 도개에는 부산시설공단 직원을 비롯해 관광객 안내와 차량 통행 통제 담당 등 12명이 호흡을 맞춰 일하고 있다. 오전 10시부터 직원들은 영도대교 아래에 있는 기계실 주변에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바리케이드를 친다. 거대한 톱니바퀴에 기름칠하고, 기계가 온전히 작동하도록 30분 동안 기계를 예열하며 점검한다.

분주히 움직이기는 다리 위도 마찬가지. 통제실에서는 9대의 CCTV로 현장을 확인하면서 무전으로 직원끼리 연락을 주고받는다. 비상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도개 시작 1분을 남겨두고 다리를 건너겠다는 주민과 티격태격 작은 다툼이 일기도 한다.

지난해 12월부터 이 팀에서 차량 통제를 맡은 김상기(67) 씨는 "도개 초기보다는 주민이 많이 이해해 주는 편이라 통제에 별다른 어려움은 없다"고 말했다. 영도 토박이인 그는 초등학교 시절인 1950년대의 영도대교 모습까지 고스란히 기억하고 있다. 김 씨는 "1950년대에는 영도가 부산의 중심권이었고, 올라갔다 내려가는 다리는 이 지역의 발전상을 보여주는 상징이었다. 영도다리가 더 널리 알려져 관광객이 많이 모이면 좋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