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교육청 학사 일정 차질로 거부
- 학생 모집 무산에 파행 불가피
입학전형을 놓고 울산시교육청과 갈등을 빚고 있는 울산 홍명고의 신입생 모집이 2년 연속 무산됐다. 전국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든 이번 사태로 학사 운영 파행이 불가피해져 학교가 제대로 기능을 하기 힘들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23일 시교육청은 홍명고에 대해 지난 21일까지 내년도 입학전형 요강을 최종 제출해 줄 것을 요청했으나 학교 측의 답신이 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는 홍명고가 내년도 신입생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방침을 사실상 확정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학교가 신입생을 못 뽑은 것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가 두 번째다. 온산 공단지역에 위치한 홍명고는 지난해에는 학교를 다른 곳으로 옮기려는 계획이 틀어지면서 올해 신입생이 들어오지 못했다. 현재 2, 3학년만 재학 중인 이 학교는 내년에는 3학년만 남게 됐다.
사태가 이처럼 나빠진 것은 입학전형 방식 때문이다. 지난 2월 홍명고의 학교법인 태화학원 이사회는 입학전형을 기존 평준화 전형에서 비평준화전형(학교장전형)으로 바꾸겠다는 뜻을 시교육청에 전달한 뒤 3월 승인을 받았다. 그러나 이사회는 8월 지원 학생이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등의 이유로 돌연 시교육청에 내년도 신입생 강제배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에 시교육청은 초·중등교육법에 따라 이미 학교장전형 계획을 승인했기 때문에 바꿀 수 없다는 입장을 통보했다. 8월께 갑자기 입학전형이 변경되면 전체 학사 일정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은 물론 학생과 학부모에게 큰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어 시교육청은 홍명고가 예정대로 학교장전형으로 신입생을 선발한다는 계획을 담은 일정을 제출해줄 것을 수차례 요구했으나 학교 측은 응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학교 자체적으로 신입생을 뽑는 것도, 시교육청이 강제배정을 하는 것도 불가능해졌다. 학교장전형은 일종의 비평준화 방식으로, 희망하는 학생만 신입생으로 받는 제도다. 반면 평준화전형은 학생 수용계획에 따라 시교육청이 학생을 배정하는 식으로 운용된다.
홍명고 측은 "시교육청이 학교장전형을 요구했지만 학부모들은 평준화전형을 원했다"며 "이사회나 교사들의 의견도 엇갈려 결국 이 같은 결과가 나타나 안타깝다"고 해명했다. 학교 측은 내년 이후에는 정상적으로 신입생을 선발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시교육청은 내년에 홍명고에 신입생을 배정하지 않더라도 전체 학생 수용에는 차질이 빚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내년 3월 온산고가 개교하는 데다 지금까지 홍명고로 배정됐던 남구 지역 일부 학생들은 다른 학교에서 수용할 수 있어 별다른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