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생 환영회에서 수백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참사를 겪은 부산외대가 뒤늦은 캠퍼스 준공식을 연다. 준공식에서는 떠나간 이들을 추모하는 시간도 함께 가진다.

부산외대는 오는 26일 남산동 캠퍼스로 이전한 지 9개월 만에 캠퍼스 준공식을 연다고 19일 밝혔다.

남산동 캠퍼스는 지난해 11월 건물이 완공됐다. 지난 2월에는 우암동에서 남산동 캠퍼스로 이전하는 작업을 마친 터라 애초 지난 3월 신입생 입학식과 함께 남산동 캠퍼스의 준공식을 할 계획이었다. 부산외대는 통유리로 만든 강의실과 교수연구실, 복합문화공간을 갖춘 신개념 도서관 등 기존 대학 시설과 다른 남산동 캠퍼스를 통해 '제2의 개교'를 위한 야심 찬 준비를 했다.

하지만 지난 2월 17일 밤 발생한 경북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 참사로 거의 모든 일정이 미뤄졌다. 이 학교 신입생 등 10명이 숨지고 270명이 다쳤다. 일부 학생은 트라우마 탓에 아직 학교생활에 적응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중상을 입어 계속 치료 중인 학생도 있다.

참사 현장에 함께 있었던 부산외대 재학생 A(미얀마어과) 씨는 "(친구들이) 함께 학교에 다니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며 "새 보금자리에 친구들이 없어 너무 아쉽다. 하늘에서 우리를 지켜봐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부산외대는 지난 5월로 예정됐던 학내 축제도 미뤘다가 지난달에야 치렀다. 축제 중 처음으로 주류 판매를 금지하고 벼룩시장이나 문화광장 등 위주로 진행했다. 부산외대 관계자는 "뒤늦게 마련한 축제에서 평소와 달리 즐기고 먹을 수 있는 코너가 없어 아쉬워하는 학생도 있었지만, 모두 축제 취지에는 공감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29일에는 가수 김장훈이 부산외대를 찾아 노래와 함께 따뜻한 위로의 말을 건네는 힐링 콘서트를 열었다. 애초 지난 4월 콘서트를 계획했던 김장훈은 세월호 참사가 터지면서 부산외대 방문을 연기했으나 결국, 약속을 지켰다.

이런 사정을 고려해 26일 열리는 준공식에서는 희생 학생들을 기리는 부산외대 정해린 총장의 추도문 낭독과 묵념, 추모 기도 등이 함께 진행된다. 자녀를 잃은 유족들도 참석할 예정이다.

내년 3월에는 경주 참사로 목숨을 잃은 학생들을 기리는 추모비 제막식을 가질 계획이다. 새가 하늘을 나는 형상으로 디자인된 추모비에는 '날개를 펴보지도 못하고 하늘나라로 간 어린 영혼들을 추모하며 부디 그들이 하늘에서는 꿈을 펼치고 훨훨 날기를…'이라는 추모글이 새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