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부 어린이집 만 3세반 포기

누리과정(만 3~5세 공통교육 과정) 어린이집 예산 파행으로 우려됐던 어린이집 원생의 '유치원 쏠림' 현상이 현실화됐다.

18일 부산 지역 일선 어린이집에 따르면 내년 5월 이후 어린이집 예산 확보를 둘러싼 불안감이 확산하면서 자녀를 어린이집에서 유치원으로 옮기려는 학부모가 속출하고 있다.

부산시교육청은 최근 내년도 누리과정 어린이집 예산으로 4.8개월분인 391억 원을 부분 편성했다. 세수 부족으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큰 폭으로 줄면서 유치원 소요 예산 1336억 원은 전액 편성했지만, 어린이집 예산은 약 5개월분만 편성했다. 이 같은 사정은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모두 비슷하다.

부산 수영구 A 어린이집은 최근 한 달 새 누리과정 원생 10명의 학부모로부터 유치원으로 옮기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 어린이집 누리과정 원생은 전체 132명이지만, 41명이 졸업하고 10명이 재원을 포기함에 따라 내년에는 51명을 모집해야 한다. 이 어린이집 관계자는 "누리과정 관련 소식이 나올 때마다 '내년에는 아이를 보내지 않겠다'고 말하는 학부모가 한 명씩 늘어난다. 누리과정 지원이 중단되는 게 아니라고 설득해도 학부모는 '골치 아파서 싫다'고 말해 방법이 없다"고 털어놨다.

규모가 작은 어린이집은 원생 이탈 현상이 더 심하다. 정원 50명인 부산 연제구 B 어린이집은 지난달 초까지만 해도 누리과정 만 3세반 신청자가 14명이었지만, 이달 들어 6명으로 줄었다. 원생 6명으로는 인건비 등 운영비를 감당할 수 없다는 판단이 서자 만 3세반 누리과정 운영을 포기했다. 원장 김모(여·53) 씨는 "입소 대기자 40여 명에게 전화를 해봤지만, 대부분 다른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이미 입학 신청을 해 놓은 허수였다"며 한숨을 지었다.

유치원보다 운영시간이 긴 어린이집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맞벌이 부부의 불만도 상당하다. 또 유치원보다 학부모의 부담이 덜해 어린이집을 선호하는 저소득층의 불만도 터져 나오고 있다. 네 살 자녀를 둔 문모(여·40) 씨는 "아이를 맡기는 시간이 긴 맞벌이 부부는 유치원으로 옮기는 것이 부담스럽다. 정부가 무상보육을 책임진다면 유치원보다 어린이집을 우선해서 지원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