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 타결되기 전인 지난달 23일 이 협정이 맺어지면 큰 피해를 볼 것을 우려한 국내 농민들이 서울 여의도 문화마당에서 소를 데리고 나와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국제신문 DB

- FTA 체결되면 수출입 활발
- 한국은 거대 소비시장 확보
- 철강·석유화학 등 경쟁력 향상
- 中 ICT 분야는 처음으로 열려

- 국내 김치·양념류 시장 타격
- 저가 중국산 농산물 들어오면
- 식탁 위에 국산은 사라질 수도

지난 10일, 한국과 중국의 FTA(Free Trade Agreement·자유무역협정)가 타결됐다는 소식이 주요 뉴스로 보도됐다. 우리는 그동안 FTA라는 단어를 상당히 많이 들어왔다. 정확하게 그것이 어떠한 의미인지 또는 어떠한 국가와 어떠한 내용의 협정을 체결했는지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FTA(자유무역협정)란

자유무역협정은 국가 간 무역거래에서 관세가 없는 자유로운 무역을 하자는 취지다. 원칙적으로 국가와 국가가 수출과 수입을 하는 무역거래에서는 '관세'라는 세금이 매겨진다. 지금은 대부분 외국의 물품이 국내에 수입될 때 부과되는 세금을 관세라 한다. 수입되는 제품에 관세를 매기는 이유는 다른 나라의 상품이 무분별하게 우리나라에 들어올 경우, 국내 산업이 성장하지 못할 것을 우려해서다.

자유무역협정은 외국의 물건이 우리나라에 수입될 때 관세를 줄이거나 아예 없애는 것이다. 이는 곧 우리나라의 상품을 외국에 수출할 때 상대국 정부가 우리나라 상품에 매기는 관세도 없어져 해외 수출이 더 활발하게 이뤄질 수 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하지만 자유무역협정이 긍정적 측면만을 갖는 것은 아니다. 특히 농산물이나 축산물 시장의 경우, 관세가 붙지 않아 가격이 싼 외국 상품이 우리나라에 대량으로 수입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농민에게 돌아가게 된다. 그래서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할 때 가장 중요한 사항은 바로 관세가 조정되는 상품이나 서비스의 종류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의 문제다.

중국과의 자유무역협정 협상이 이슈가 된 이유도 협정 체결에 따라 일부 한국 상품의 중국 수출량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김치처럼 한국에 경쟁력이 있는 상품에 대한 관세가 대폭 줄어 싼 제품의 수입이 늘고 우리 농가는 큰 피해를 볼 것으로 예고됐기 때문이다.

■거대 소비 시장 확보

한·중 자유무역협정에서 양국이 어떤 분야에 대해 협의했는지를 살펴봄으로써 우리가 얻게 될 득과 실을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우선 한국이 이번 중국과 협상에서 가장 큰 성과로 꼽는 것은 중국이라는 거대 시장을 자유무역의 대상지로 확보하게 됐다는 점이다. 매년 87억 달러에 해당하는 물품의 관세가 자유무역협정을 통해 사라지며, 485억 달러에 해당하는 물품은 협정이 발효된 지 10년 후 관세가 모두 없어진다.

이는 우리 정부가 매년 중국과의 무역에서 지불해야 했던 관세가 대폭 절감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철강, 석유화학 등 한국의 주력 수출 제품과 더불어 패션, 영유아용품, 스포츠·레저용품, 건강·웰빙용품, 고급 생활 가전(냉장고·에어컨·밥솥 등) 등 국내 중소기업 제품이 중국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폭이 확대됐다.

최근 중국에서 큰 인기를 모으고 있는 한국의 엔터테인먼트 산업뿐만 아니라 유통, 환경, 법률 등 양질의 서비스 시장도 중국시장에서 훨씬 더 높은 경쟁력을 가질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특히 정보통신기술(ICT) 분야는 이번 협상에서 가장 큰 성과물로 꼽히고 있다. 한국과 중국은 이번 협상에서 통신서비스 분야를 별도로 다뤄 협정을 체결했으며, 이러한 통신서비스 별도 협정 체결은 중국 자유무역협정 역사상 최초다. 상대적으로 정보통신기술 분야 세계 상위권으로 평가받는 한국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협상의 성과물이 꽤 큰 의미를 갖는다고 하겠다.

■김치, 대상항목 포함… 타격 우려

하지만 초미의 관심을 모았던 항목인 '김치'시장이 협정의 대상항목에 포함됐다는 점은 한국 농민에게 매우 큰 타격이 될 것으로 우려된다. 이번 자유무역협정으로 중국에서 수입되는 김치의 관세가 현재 적용되는 20%에서 최대 2% 포인트가량 감축될 예정이며, 여기에는 '다대기'와 같은 양념류도 포함돼 농산물 시장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재 중국산 김치의 연간 수입량은 약 20만t에 이르며, 관세가 조정될 경우 그 폭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농민들은 농산물 시장 규모 자체가 한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중국산 농산물들이 '싼 가격'을 무기로 한국에 유입되면, 조만간 식탁 위에서 우리 농산물의 자취를 찾아볼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한다.

이처럼 한·중 자유무역협정의 협상 내용은 국내 시장에서도 희비가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도 많은 절차가 기다리고 있다. 한국과 중국 양국은 합의 내용을 담은 협정문을 영문으로 작성해 가서명과 정식 서명을 거친 뒤, 국회 비준이라는 최종 단계를 통과해야 한다. 자유무역협정의 대상자는 국가와 국가이지만, 그 효과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오는 만큼 이러한 과정에서 국민의 의견을 다양하게 수렴할 시간이 주어져야 할 것이다.

박선미(동의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강사), 김정덕(한국언론진흥재단 부산사무소 NIE 강사)


# 기사를 읽고

- 자유무역협정(FTA)에 어떠한 역사적 유래와 배경이 있는지 찾아서 정리해보자.

- 한국 정부는 중국에 이어 지난 15일 뉴질랜드와도 자유무역협정을 타결했다. 2014년 11월 17일 자 국제신문 기사를 읽고, 한국·뉴질랜드 자유무역협정의 장단점을 찾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