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스토리] 법보다 밥…요즘 변호사가 사는 법

유정환 기자 defiant@kookje.co.kr
| 입력 : 2014-10-31 22:4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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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호사 2만 명 시대

- 부산도 500명 넘어 '포화상태'
- 지나친 수임경쟁에 내몰려
- 일부는 불법·편법영업 연루도

# 한 푼이라도 아껴야 산다

- 사무실 낼 돈 없어 재택 근무
- 2,3명이 한곳 얻어 공동 운영
- 사무장도 두지 않고 업무 분담

# 고객 찾아나서는 마케팅

- SNS 활용 온라인 영업망 구축
- 법률상담 등 해주며 고객 확보
- 직접 나서 전단 뿌리며 홍보도

전국 변호사 수가 2만 명을 넘어섰고, 부산도 지난해부터 '500명 시대'를 맞았다. 이런 변호사 세계에 새로운 풍속도가 그려지고 있다. 변호사가 사무장 역할까지 맡거나, 자택을 사무실로 쓰는 변호사도 생겼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용하거나, 전단을 뿌리는 '영업전'도 마다치 않는다.

지난해 배출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2기 출신 A 씨 등 2명은 지난해 부산법원 청사 인근에 66㎡(20평) 남짓한 공동 사무실을 마련해 함께 운영하고 있다. 로스쿨 출신 변호사끼리 사무실을 낸 '부산 1호'다. 여직원 1명만 있을 뿐 사무장은 두지 않았다. 아직 수임 사건이 많지 않아 사무장의 주된 역할인 의뢰인 상담과 관리, 외부 사건 수임 등을 변호사가 직접 도맡아 하고 있다. 사무장 급여를 아낀 덕택에 한 달에 수임료 500만 원짜리 사건 2건만 처리해도 각자 200만~300만 원씩 벌 수 있어 대형 로펌 고용변호사(평균 초임 250만 원)의 수입에도 뒤처지지 않는다. A 변호사는 "사무소 개업 후 1년간 적자를 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월 1000만 원씩 벌어간 적도 있다. 법인과 달리 개인 사무소는 욕심만 버린다면 경력을 쌓고 성취감도 남다르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 외에 로스쿨 2기 출신 부부 변호사, 로스쿨 3기 출신 여변호사 3명도 나란히 공동 사무실 한곳을 얻어 사무장을 두지 않고 운영 중이다. 올해 말 로스쿨 3기 출신이 변호사 등록을 하면 이런 방식의 개업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B 변호사는 최근 자택을 사무실로 등록했다. 사무장뿐 아니라 여직원도 두지 않고 있다. 이런 유형 중에는 로펌 취업을 준비 중이거나 사무실을 운영할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자택 사무실'을 운영하는 사례도 있다. 원로 변호사 중 사실상 은퇴한 뒤 폐업은 하지 않고 사무실만 자택으로 바꾸기도 한다. 부산변호사회에 따르면 10월 말 현재 자택으로 사무실을 등록한 변호사는 총 5명으로, 이 가운데 3명은 신규 등록 변호사였고, 2명은 원로 변호사였다. 전국적으로는 204명에 달한다.

'영업망' 구축에 SNS도 요긴하게 쓰인다. 한 법무법인 대표는 페이스북 친구 맺기를 통해 무료 법률상식을 전해주면서 잠재 고객을 확보하고 있다. 현재 3만 명이 그의 자료를 받고 있다. 42만 명의 회원을 둔 블로그를 운영하는 '파워블로거' 변호사도 있다.

이런 신풍속도와 관련해 한 젊은 변호사는 "우리는 이른 바 '호시절'을 누려보지 못했으므로 현 상황을 '절망'이라 부르지 않는다. 더 부지런히 움직여 법률 전문가로서의 활동을 통해 성취감을 얻는다면 풍족하진 않아도 만족하는 삶을 살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로스쿨 출신의 취업률이 20% 수준에 불과해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부산에서도 매년 50~100명의 변호사가 배출되지만 지역 3대 로펌인 '국제' '정인' '청률' 등에서 채용하는 인원은 법인당 1, 2명씩 총 5명에 그칠 정도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법인 소속 사무장이나 여직원과 변호사를 동급으로 여길 정도'라는 얘기까지 나돌 정도다.

부산변호사회 조용한 회장은 "부산도 올 하반기부터는 변호사 수가 포화 상태에 달해 이전과 다른 분위기다. 서울에서는 변호사의 불법 영업이 하루 한 건꼴로 발생하는 등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늘어난 변호사를 사회 각 분야에서 골고루 활용하는 방안을 놓고 각계각층의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31일 부산변호사회에 따르면 부산의 등록 변호사는 2010년 378명에서 2011년 393명으로 약간 늘어난 뒤 로스쿨 출신 변호사가 첫 배출된 2012년 457명으로 껑충 뛰었다. 지난해에는 503명, 올해(10월 말 현재)는 543명까지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