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훈 경남도교육감이 지역 교육장과 교장, 영양교사 등을 상대로 경남도의 무상급식 감사를 단호하게 거부하라고 지시했다.

박 교육감은 31일 창원교육지원청에서 열린 경남도 교육장협의회에서 경남도가 11월 3일부터 무상급식 감사를 통보한 것과 관련 "무상급식 감사에 나선 경남도 관계자들을 정중하게 모시되 감사는 단호하게 거부하라"고 밝혔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이어 "지역교육청이 관할하는 (감사 대상) 학교를 충분히 지원하고 보호해달라"며 "여기에서 발생하는 모든 문제는 교육감이 책임지겠다"고 강조했다.

박 교육감은 경남도의 일방적인 무상급식 감사 통보에 대해 "법률상 심각한 오류를 발견했다"고 말했다.

그는 "도가 무상급식 지원금을 보조금이라고 이야기하는데 보조금은 민간단체 등을 도와주는 것으로 지도점검이 필요하지만, 도 단위의 대등한 기관에는 보조금지원조례를 들이대서는 안 된다"며 "이 지원금은 전입금 또는 전출금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도가 도교육청에 돈이 간다고 해서 모두 감사한다면 기관의 법인격에 대해 무시하는 거다"며 "도교육청에도 3급 상당의 감사관이 있는데 상대 기관을 믿고 문제가 있으면 감사관에게 이야기해서 문제를 지적하도록 하는 것이 맞다"고 설명했다.

박 교육감은 "(대등한 기관에 대한 감사는) 행정 효율성이나 기관에 대한 예의,정치적 도의에도 맞지 않다"며 "감사를 받을 수 없고 도가 감사할 권리도 없으며 교육감 소속의 모든 기관과 공무원에 대한 감사권한은 교육감에게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교육감은 곧이어 도가 감사하겠다고 통보한 90개 초·중·고등학교 교장과 영양교사, 해당교육청 급식담당자 등 200여 명을 소집해 도교육청의 감사 거부 입장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그는 "일선 학교는 지금까지 무상급식 자료를 만들어 모두 제출했고 문제가 있으면 고쳐왔다"며 "도에서도 지난 6월까지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통보해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도가 느닷없이 감사하겠다고 한다"며 "교육감 소속의 학교에 도 감사관이 휘젓고 다니는데 교육감이 구경만 하면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박 교육감은 "홍준표 도지사가 무상급식을 무상포퓰리즘으로 이야기하지만, 무상급식은 교육복지의 큰 흐름이다"며 "무상급식이 무상포퓰리즘이라면 누리과정 사업과 박근혜 정부의 공약인 고교 의무교육도 무상포퓰리즘이다"고 주장했다.

그는 "도가 법과 상식을 뛰어넘어 교육감 소속의 학교를 감사하는 것을 거부한다"며 "교육자치를 살려내고 학교급식을 지켜내기 위해 교육감이 최선봉에 서겠다"고 결의를 내비쳤다.

도교육청은 이날 교육장협의회와 감사 대상학교 관계자 회의에서 무상급식 감사를 거부하는 사유를 설명하고 감사를 전제로 한 자료 제출 금지, 감사반의 학교 출입 금지, 무상급식 식품비 철저한 집행관리 등을 당부했다.

한편 경남도는 11월 3일부터 도내 9개 시·군 초등학교 40곳, 중학교 30곳, 고등학교 20곳 등 모두 90개 학교에 8개반 20명의 감사반을 보내 무상급식 지원 실태를 감사한다는 계획을 도교육청에 통보한 바 있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