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가 '마을관리사무소'와 '복합커뮤니티센터'를 조성하는 내용의 도시 재창조 사업안을 마련했으나, 전문가들로부터 호된 비판을 받고 있다. 마을관리사무소는 방향 설정을 잘못했고, 복합커뮤니티센터는 중복 투자 우려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부산시는 내년부터 오는 2018년까지 20개의 마을관리사무소와 8개의 복합커뮤니티센터를 만든다고 30일 밝혔다. 시는 주민공동체가 형성돼 있고, 경계가 뚜렷한 지역을 중심으로 마을관리사무소를 설치하기로 했다. 마을관리사무소는 아파트관리사무소처럼 낡은 주택을 수리하는 역할을 한다. 집에 누수와 누전, 동파 등이 발생하면 긴급하게 보수하는 게 핵심이다. 마을사무소마다 구·군 공무원 1명을 파견하고 만물수리공, 공동체 전문가, 일반사무 담당 등 고정인력 3명은 외부에서 채용하기로 했다. 시는 올해 말까지 이에 대한 세부 운영계획을 마련할 예정이다.

시는 마을관리사무소당 시설과 장비 구매에 7000만 원, 운영비로 연간 1억3000만 원이 들 것으로 보고 4년간 총 79억 원을 지원하는 계획을 세웠다.

문제는 시가 마을공동체 복원 사업과 별개로 마을관리사무소 개념을 잡았다는 사실이다. 마을관리사무소는 단순히 집을 고쳐주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게다가 마을관리사무소가 외부에서 수리공을 채용해 쓰면 공동체 내부에서 비슷한 일을 하던 자영업 주민이 생계에 타격을 받게 된다. 공동체를 살리려다 오히려 공동체를 파괴하는 꼴이다.

시는 총 316억 원을 투입해 복지와 보건 문화 등 종합생활서비스를 지원하는 복합커뮤니티센터도 세울 계획이지만, 이는 동 주민센터와 사회복지관 주민교실 등과 역할이 겹친다. 차라리 동 주민센터 등에 부가적인 역할을 부여하면 될 텐데, 굳이 수백억 원이나 들여 비슷한 시설을 또 만들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부산사회복지연대 박민성 사무처장은 "시에서 세운 계획상 마을관리사무소는 주민 삶의 질을 높이기보다 그저 서비스 제공 역할만 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마을공동체에 어떻게 녹아들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도 없어 자칫 헛돈만 쓰게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부산시 관계자는 "복합커뮤니티센터는 동 주민센터 등과 중복되지 않는 곳에 우선 설치하도록 하고, 마을관리사무소 직원은 공동체 역량을 강화해 점차 마을 주민으로 대체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