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열린 부산 부산진구 마을 사례 발표회 모습. 김성효 기자

- 홀몸노인 돌보기·마을잔치 등
- 다양한 사업·변화 소개 자리

"앞에 나와 발표하려니까 억수로 떨리는데 잘 봐주이소. 우리 동네는 달동네입니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와 노인이 많이 살고요. 쓰레기 무단투기 때문에 골치가 아픕니다. 그런데 이런 마을이 환하게 바뀌고 있습니다."

24일 오후 부산 부산진구청 10층 소극장. 부산진구 마을공동체협의회 주최로 마을 사례발표 및 주민 토크가 열렸다. 부산진구 마을공동체 주민 등 100여 명이 참석해 빈 자리를 찾기 힘들었다.

김복선 개금2동 1·3세대 행복마을회장이 떨리는 목소리로 발표를 시작했다. 주민들은 우렁찬 박수세례로 화답했다. 김 회장은 "폐가를 활용해 마을회관을 만들었는데 이름이 '와요'예요. 우리 동네 옛날 이름이 와요리라고 해서 '와요~행복나눔사랑방'이라고 지었습니다."

이번 발표회에는 개금3동 개화골 모임, 개금3동 우리 마을 사랑모임, 범전동 마을 사랑방 부뚜막, 범천동 선암 산딸기마을, 범천2동 호천마을, 전포동 백살공주 인형극단 등 마을공동체 7곳이 모였다.

마을공동체마다 색깔도 달랐다. 범전동 마을 사랑방 부뚜막은 고독사 예방에 발 벗고 나섰다. 발표를 맡은 양성애 회장은 "우리 마을은 홀몸노인의 안부를 살피기 위해 밑반찬 배달을 하고 있다"며 "지난 6월에는 한 할아버지에게 도시락을 배달했는데 옷에 대소변을 본 채로 쓰러져 있어 119를 불렀다"고 말했다. 걱정도 있다. 다음 달이면 마을공동체 역량강화 사업이 끝나 부산시의 보조금이 끊기기 때문이다.

선암 산딸기마을은 다음 달 7, 8일 산딸기마을 잔치를 열 예정이다. 호천마을은 180개 계단과 좁은 계단 길로 이뤄져 어르신이 오르내리기 불편하다. 마을을 밝게 만들기 위해 호랑이 벽화를 그리고 버려진 공터를 화단으로 만들고 있다. 또 조만간 주민자율소방대를 출범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나선 나정심 백살공주 인형극단장은 "백설공주가 아니라 '백살공주'입니다. 우리 극단 공주님들의 평균 연령은 63.5세입니다. 100살이 넘을 때까지 아름다움을 간직하고자 하는 분이 모여 백살공주가 됐습니다"라고 소개했다. 이곳에서는 인형 제작, 이야기 발굴, 공연 등 모든 과정을 극단원들이 직접 한다. 아동학대, 유괴예방, 밥상머리 교육 등 다양한 주제로 인형극을 선보인다.

박해동 부산진구 마을공동체협의회 상임대표는 "마을공동체가 활성화되면 주민이 직접 참여해 자기 마을의 민원 해결에 관심을 가지고, 행정기관도 힘을 합쳐 정책에 반영하는 근본적인 행정 변화를 이끌어 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