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부산시청 1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일자리 창출을 위한 규제개혁 민관합동 토론회에서 서병수(왼쪽에서 네 번째) 부산시장이 직접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백한기 선임기자 baekhk@kookje.co.kr

- 미음산단 건축규제 완화 비롯
- 공유수면 덱 행사 금지 개선 등
- 상의·기업체 요구 쏟아졌지만
- 짧은 시간에 집중 토론 불가능
- "수박 겉핥기" 지적…한계 드러내

서병수 부산시장이 24일 시청에서 중소기업 대표와 상인, 어민 등 22명을 초청해 규제 개혁 민관합동 토론회를 열었다. 낡은 규제를 개혁해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일자리를 창출하자는 의도다. 서 시장은 회의를 직접 주재하며 민간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하지만 시간이 짧은 데다 다루는 항목은 많아 제대로 토론이 이뤄지지 않아 수박 겉핥기에 그쳤다는 평가를 받았다.

■ "산단 건축규제 완화해야"

이날 토론회에서 언급된 해운대구 '더베이 101'의 덱 시설.

이날 토론회는 오후 2시부터 2시간 동안 진행됐다. 부산시 김경덕 감사관이 적극적인 행정을 펼치다가 감사에 지적을 받더라도 면책하는 제도를 활성화하겠다는 내용의 감사 정책을 소개하는 것으로 토론회를 시작했다. 또 김 감사관은 규제를 들먹이는 무사안일한 행정에 대해서는 특별감사를 벌이겠다고 밝혔다.

우수사례 발표에서는 ▷부평깡통야시장 개설 규제 개선 ▷신발산업 집적화단지 조성 ▷용적률 규제 완화를 통한 정비사업 활성화 ▷건축물 환경영향평가 간소화 ▷부산 솔로몬 로파크 부지 도시계획 변경 ▷감천동 도시계획도로 준공 관련 개선 등이 규제를 개혁한 대표적인 사례로 소개됐다.

규제 개선 토론에서는 ▷미음산단 산업시설용지 건축 규제 완화 ▷대형 단조제품 운송차량의 운행 제한 너비 기준 완화 ▷공유수면 덱 위 행사 금지 개선 등이 과제로 올랐다.

부산상공회의소 이일재 사무처장은 "조선해양기자재조합과 풍력발전부품조합이 미음산단 내 협동화단지에 입주 중인데, 주요 간선도로에 접한 93개 업체는 건축한계선(3m)을 확보해야 해 130억 원의 재산권 피해가 발생한다. 유동인구가 적은 산업단지에 대한 건축한계선 규제는 불합리하다"며 개선을 촉구했다. 그는 또 공장의 지붕 색상을 그린과 블루로 지정함으로써 입주기업의 색상 선택권을 제한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부산시 조승호 건축정책관은 "이미 70%에 이르는 업체가 건축한계선을 지켰는데 뒤에 입주하는 업체만 특혜를 줄 수 없다. 색상 선택에 대해서는 미관 심의를 열어 최대한 업체가 원하는 대로 자율권을 주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 공유수면 덱 위 행사 금지

(주)스틸코리아 김종식 이사는 대형 단조제품을 실은 화물차량의 운행 제한 너비 기준을 완화해 줄 것을 건의했다. 현재 기준은 출퇴근 시간을 제외한 낮 시간대에는 4.3m 이하로 제한하지만, 심야 시간대에는 4.3m를 초과할 수 있다. 김 이사는 "녹산산단에 있는 풍력발전기 부품업체 20개사는 플랜지, 링 등 대형 단조제품을 생산해 글로벌 기업에 수출하고 있다. 최근 단조제품이 육상 풍력에서 해상 풍력으로 전환됨에 따라 제품 크기가 대형화돼 현재 기준을 초과할 수밖에 없어 업체당 매월 수백만 원의 과태료를 물고 있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권준안 건설방재관은 "실제 너비 기준을 완화해 낮 시간대에 모의주행을 한 결과 교통체증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나 기준을 완화하기는 곤란하다"고 밝혔다. 이에 서 시장은 "교통국과 의논해 교통량이 가장 적은 시간대를 찾아 완화된 기준으로 운행하는 방안을 찾아보라"고 지시했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해운대 '더베이 101'의 전영산 부사장은 공유수면 위에 조성한 덱에서 행사를 유치할 수 있도록 개선을 요청했다. 그는 "최근 르노삼성자동차의 신차 발표회를 덱에서 개최해 반응은 좋았으나 해운대구로부터 공유수면법 위반으로 시정명령을 받았다. 이는 기업체의 행사장으로 각광을 받으면서 예약이 잇따르고 있는 분위기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해운대구 관계자는 "공유수면관리법의 제정 취지와 목적을 고려할 때 해양레저 사업 외 다른 사업을 오래 운영 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임대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일시적으로 공익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벌이는 행사는 허용할 수 있다"고 한발 물러섰다.

토론회에 참석한 한 인사는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려는 시장의 의지는 읽을 수 있지만, 너무 많은 주제를 한 번에 처리하려고 해 제대로 토론이 안 된 것 같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