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생들 '울며 식당밥먹기'

- 대학 "운영위해 불가피"

- 의무식 선택 패키지 더 다양화 해야

대학 기숙사비에 식권을 끼워 넣는 의무식 제도를 놓고 대학들이 딜레마에 빠졌다. 부산대와 부경대 부산교대 경상대 등 국립대 상당수가 의무식 제도를 시행해 학생들이 불만을 터뜨리고 있지만, 대학 측은 기숙사 식당의 운영을 제대로 하려면 의무식이 불가피하다고 항변한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윤관석 의원(인천 남동구을)은 23일 국정감사 자료를 통해 올해 1학기 기준으로 기숙사 의무식을 시행 중인 국립대는 자료를 입력한 34개교 중 29개교로 전체의 85.3%에 이른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부산대 부경대 부산교대 경상대 등이 포함돼 있다.

부산대는 기숙사 의무식을 매일 3식, 주 5일 3식, 매일 2식 등 세 가지 유형으로 운영하고 있다. 기숙사 웅비관의 경우 매일 3식을 선택했을 때 학기당 135만800원의 기숙사비를 내게 된다. 이 중 방값은 60만8300원, 식비가 74만2500원을 차지한다. 

부경대는 매일 3식, 매일 2식, 주 5일 3식 등 5개 유형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했다. 부산교대는 지난 학기까지 매일 3식제를 유지하다가 이번 학기부터 매일 3식, 주 6일 3식, 주 5일 3식, 매일 2식 등 4개 유형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했다. 

경남 진주의 한 건설사가 세운 경상대의 BTL(임대형 민간투자사업) 기숙사는 2인 1실 기준으로 매일 3식을 포함해 학기당 108만 원을 받고 있다. 더욱이 경상대는 의무식비를 내지 않으면 기숙사 입실을 하지 못하게 돼 있다.

기숙사 이용 학생들은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부산대 웅비관에 거주하는 대학원생 하모(28) 씨는 "대학 생활 중 외부 활동이 잦다. 이러다 보면 하루 세 끼니는 물론 두 끼니의 식사도 모두 기숙사에서 하기는 어렵다. 의무식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도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식비를 내야 하는 게 억울하다"고 말했다. 이러한 사정으로 2012년 7월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숙사 의무식 제도에 대해 공정거래법에 위반된다며 개선을 권고한 바 있다. 기숙사 의무식 제도가 학생의 자율적인 선택권을 침해한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해당 대학들은 공정위의 권고안을 받아들여 매일 3식 일변도에서 다양한 유형으로 급식제를 바꿨다고 항변하고 있다. 사실상 의무식보다는 자율제에 가깝다는 주장이다.

부산의 한 대학 관계자는 "기숙사에서 식사 선택 자율제를 운용해 봤지만, 주말이면 학생보다는 식당 직원이 더 많이 이용할 정도로 운영난이 심했다. 학기 말이 되면 오히려 돈이 부족한 학생들이 밥을 굶는 경우도 있어 예전처럼 매일 3식 의무식을 시행하자는 학생도 많다"고 말했다. 또 저렴한 가격을 유지하면서 기숙사 식당을 운영하는 외부업체의 수익을 맞추려면 식비를 기숙사비에 포함할 수밖에 없다며 대학들은 의무식 폐지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기숙사 식당의 식재료 조달 문제도 있다. 대학들은 의무식을 폐지할 경우 식재료의 수요와 공급을 제대로 맞추지 못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대안으로 지금의 대학 기숙사 의무식을 더욱 다양하게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맞춰 부산대는 남학생 기숙사인 진리관과 여학생 기숙사인 자유관의 경우 내년부터 식사하지 않는다는 선택 항목을 추가하기로 했다. 부산교대 역시 내년부터 지금보다 더 세분화한 급식제도를 운용한다는 방침이다. 유형별 의무식에 식권제를 일부 도입하는 방안도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