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김모(31·부산 금정구) 씨는 지난여름에 사용했던 모기장과 모기향 등 방충도구를 이달 들어 치웠다. 그런데 낮에는 보이지 않는 모기가 잠자리에 들 시간만 되면 끊임없이 나타나 곤욕을 치르고 있다. 모기들은 한 시간 간격으로 김 씨의 단잠을 깨웠고, 그는 결국 잠을 설친 채 회사로 출근할 수밖에 없었다.

김 씨는 "10월 하순인데도 모기 때문에 잠을 설치니 황당하기까지 하다"며 "잠이 들만 하면 날아와 앵앵거리고 물어대니 스트레스가 심하다"고 말했다.

부산의 한 경찰서에 근무하는 박모(41) 씨도 "야간 당직 근무를 설 때면 모기가 끊임없이 나타난다"며 "업무가 아니라 모기를 잡느라 스트레스를 더 많이 받는다"고 털어놨다.

계절이 바뀌고 깊은 가을이 되면서 부산의 최저 기온이 10도 안팎으로 내려갈 만큼 쌀쌀해졌지만, 아직 시민의 잠자리를 괴롭히는 모기는 눈에 많이 눈에 띄고 있다.

이는 도심 모기의 특성 때문이라는 것이 국립보건연구원의 설명이다. 먼저, 도심의 주거지는 농어촌과 달리 아파트처럼 외부와 아예 격리된 경우가 많다. 이는 모기 등이 서식하기 좋은 환경을 제공한다. 특히 도심에서 흔히 보는 빨간집모기는 농어촌에 사는 모기보다 생존력이 강하고 추운 날씨에도 비교적 잘 견딘다. 게다가 모기는 날씨가 추워지는 초저녁이 되면 조금이라도 따뜻한 장소를 찾아 가정 등 실내로 몰린다.

이들뿐 아니라 도심의 아파트 정화조 등에서 서식하는 지하집모기는 '사계절 모기'로 불릴 만큼 오랜 기간 왕성하게 활동하면서 개체 수를 늘리고 사람을 괴롭힌다.

국립보건연구원 관계자는 "영하로 기온이 떨어지기 전까지는 방충망이나 방충제 등을 치우지 말고 잘 관리하는 게 좋다. 특히 초저녁에 모기가 몰려오기 때문에 출입문이나 창문을 열어놓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