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산복도로인 망양로에 있는 한 야외 카페 모습. 한때 산복도로는 낙후 지역으로 꼽혔지만, 차츰 환경이 개선되고 있다. 국제신문 DB

- 일제강점기와 6·25전쟁 혼란기
- 피란민들 집단 정착하면서 탄생
- 한때 '가난' 상징…근현대사 간직

- 주택개량·공공미술·재개발 등
- 2000년대 도시재생 활기 띠면서
- 새로운 '문예 부흥' 세계가 주목

부산의 '산복도로 르네상스'가 세계대도시연합 총회에서 대상(메트로폴리스 어워드 1위)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지난 6일부터 나흘간 인도 하이데라바드시에서 열린 세계대도시연합(메트로폴리스) 총회에 소개된 산복도로 르네상스 사업은 부산의 대표적인 도시재생사업으로, 중동과 아프리카 등 회원 도시 관계자들이 이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정보를 요청했다는 후문이다.

■세계, 부산 산복도로 르네상스 주목

전 세계 도시들이 주목한 부산의 산복도로 르네상스 사업은 무엇일까?

르네상스(Renaissance)는 '다시(Re)'와 '태어남(Naissance)'을 의미하는 두 단어가 결합한 용어다. 14~16세기 이탈리아에서 시작해 유럽 전역에서 일어났던 문화운동이다. 학문이나 예술의 부활과 재생이라는 뜻을 가진 르네상스는 종교 중심의 사회로서 개인의 창조성을 억압하던 중세에서 탈피해 문화의 절정기였던 고대사회로 돌아가자는 운동이다.

이탈리아에서 이와 같은 문예부흥운동이 발생할 수 있었던 것은 고대 로마 사회의 풍부한 문화유산을 간직함과 동시에 이슬람과 동로마의 문화를 유럽으로 전파할 수 있는 지리적 위치에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친근한 다빈치, 미켈란젤로 등이 당시 활동했던 예술가들이다. 르네상스 운동이 시작된 이후, 문화·예술뿐만 아니라 정치와 과학 등 사회 전반적인 영역에서 새로운 시도와 실험이 이뤄졌다. 덕분에 계몽주의의 확산과 시민사회의 등장 등 인류의 역사는 근대사회로 발전을 이룩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부산의 산복도로에서 펼쳐진 르네상스는 과연 어떠한 모습으로 진행되고 있을까?

■부산 근현대사 간직한 산복도로

구봉산, 엄광산, 천마산과 구덕산 일대에 자리한 산복도로는 부유한 공간은 결코 아니다. 경사가 높은 산비탈에는 오래된 주거시설이 빽빽하게 밀집돼있다. 그 역사를 살펴보면 이 같은 현재의 모습이 생긴 배경을 쉽게 유추해볼 수 있다.

1920~1930년대 일제강점기 당시 부두와 방직공장 노동자들이 산동네에 거주지를 형성하면서 산복도로의 역사는 시작된다. 1945년 광복 이후 일본에서 돌아온 귀환동포, 1950년 6·25 전쟁 당시 임시수도로 몰려든 피란민이 집단 정착하면서 그 규모는 더욱 커졌다.

1964년 수정산복도로(망양로)가 최초로 개설되면서 이 일대는 '산복도로'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 1972년 도심 재개발 정책으로 이주한 이들이 이곳에 정착하면서 인구는 큰 폭으로 증가했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산복도로는 이른바 '가난한 이'의 거주지였다.

1980년대부터 부산의 도시 규모가 확장되고, 고지대 도로들이 더욱 많아지기 시작했다. 1990년대에는 산복도로의 오래된 주택들이 개량되고, 생활 여건이 개선되면서 산복도로 주민의 삶의 질 또한 높아졌다.

2000년대부터는 지역의 예술가들이 참여하는 공공미술사업이 시행되면서 벽화마을과 문화마을 등이 산복도로 일대에 속속 들어섰다. 재개발정책은 더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들어 나갔으며, 산복도로를 찾는 사람들의 수도 점점 늘어났다.

■성공적인 도시재생 모델로 안착

최근 이와 같은 도시 재생 정책이 도입되면서, 그동안 잊혔던 산복도로의 다양한 문화적 가치도 새롭게 주목받기 시작했다.

일제강점기, 해방 이후, 6·25 전쟁, 경제개발 등 부산 근현대 역사를 그대로 간직한 산복도로는 부산의 문화와 예술을 발전시킬 '숨은 진주'였던 셈이다. 또한, 1980년대부터 도로와 시설이 정비되면서 많은 사람이 산복도로를 쉽게 찾을 수 있다는 점도 여기에 한몫했다.

부산시는 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산복도로 르네상스' 사업을 추진했고, 주거환경 개선은 물론 주민이 다 함께 가꿔가는 마을만들기 사업을 적극적으로 이끌어왔다.

특히 이 과정에서 산복도로 일대 마을에 잠재된 다양한 역사·문화적 자산을 발굴하고, 부산다운 문화적 볼거리와 즐길 거리를 창출함으로써 산복도로가 새롭게 태어나는 르네상스가 활성화됐다. 감천문화마을, 생활자료관(아카이브센터), 산복도로 전망대, 걷고 싶은 산복도로길, 마을카페 등은 산복도로 르네상스 사업의 주요 결과물이다.

'부산의 지붕을 달린다'를 주제로 한 산복도로 버스투어는 감천문화마을, 초량이바구길, 매축지마을 등 산복도로 르네상스의 주요 구간을 돌아보는 관광프로그램으로, 국내외 관광객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옛것에서 새로운 미래를 창조하고자 한 유럽의 르네상스 운동은 인류의 역사에 큰 변화와 발전을 가져다주었다. 부산의 옛 역사와 문화를 새것으로 포장하지 않고, 그것을 통해 부산만의 고유한 문화를 창출해내고자 하는 부산의 산복도로 르네상스 역시 우리 지역에 큰 변화와 발전을 가져다줄 것으로 기대한다.


# 기사를 읽고

-산복도로 르네상스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마을은 어떤 곳이 있으며, 각 마을에는 어떤 역사·문화적 볼거리가 있는지 조사해보자.

- 산복도로 르네상스 홈페이지(http://u-sbdr.busan.go.kr)에서는 산복도로 주요 구간을 중심으로 한 '도심 재생 지도'를 서비스하고 있다. 이를 참조해, 내가 사는 마을을 새롭게 구상해보는 '우리 마을 지도'를 그려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