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하위 체감안전도 3위로

20일 오후 부산 사상구 덕포1동 덕포여중 인근 빈집 앞 공터. 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렸음에도 주부 20여 명은 우비를 입은 채 공터에 벽돌을 쌓아 올리고 꽃밭을 가꾸느라 여념이 없었다. 과거 이곳은 빈집 유리창 곳곳이 깨진 채 방치되고 쓰레기가 마구 버려지던 곳이었다. 대표적인 우범지역 중 하나로 손꼽히기도 했다. 그런 이곳을 마을 주민들이 꽃밭으로 바꾸고 있다. 박선자(여·58) 씨는 "'김길태 사건' 후 한동안 낮에도 이 골목길을 다니기 두려웠다"며 "이제 주민 스스로 가꾸고 지켜야 마을도 바뀐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2010년 2월 발생한 '김길태 사건' 탓에 '길태 마을'이라는 오명까지 뒤짚어썼던 덕포1동이 달라지고 있다.

변화의 바람이 분 것은 지난해 7월부터. 마을 곳곳에 디자인 벽화 등을 조성해 분위기를 바꾸고, 사건 발생지 인근 골목길에는 5억 원을 들여 마을도서관과 지역 아동센터 등이 입주한 지역복지센터(디딤돌)가 들어섰다.

이어 지난 4월 사상경찰서는 덕포·감전·주례동 3곳에 '여성 안심구역'을 정하고, 주민 명예보안관 30명을 위촉·운영하는 등 민·경 협력체계를 구축했다. 또 여성 1인 거주 가정에 대한 특별방범 진단과 함께 창문 열림 경보기 및 CCTV 설치, 순찰 거점 지정 등도 진행했다.

그 결과 올해 사상 지역 성폭력 발생 건수(97건)와 검거율(107%)은 과거와 크게 달라졌다. 지난해만 해도 발생 건수 152건, 검거율 88.85%에 달했다. 특히 덕포동 일대에서 발생한 성폭력 사건은 올해 이달 현재 4건으로, 지난 한 해 15건, 2012년 10건, 2011년 12건 등에 비해 많이 줄었다.

정명시 사상경찰서장은 "경찰청에서 주민을 대상으로 한 체감안전도 평가 때 사상서는 부산 15개 경찰서 중 늘 최하위였는데, 올해 7월 평가에서는 3위로 올라섰다"며 "주민 스스로 터전을 지킨 게 좋은 성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