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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7일 부산 모 초등학교 내 급식조리실의 모습. 좁은 조리실을 각종 조리기구와 냉장고가 가득 채우고 있는 데다 시설 대부분이 낡아 개·보수가 시급한 실정이다. 하지만 예산난으로 내년에 예정됐던 급식조리실 현대화사업 예산이 전액 삭감됐다. 백한기 선임기자 baekhk@kookje.co.kr |
- 연한 지난 급식 조리설비
- 사고 빈발·위험 상존에도
- 환경개선 '하늘의 별 따기'
- 교육청·교육문화회관도
- 기존사업 대거 폐지·축소
- 원어민 강사도 사라질 판
부산시교육청이 '교육 재정 절벽'에 직면하면서 일선 교육 현장이 무너지고 있다. 부산시교육청은 물론 직속기관과 일선 학교들은 '예산 삭감 회오리' 속에 낡아 빠진 교육시설 개선 등은 엄두도 내지 못한 채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내년에는 초등학교에서 원어민 교사를 만나기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 "내년에는 꼭 된다더니…"
지난 17일 오전 부산 모 초등학교의 급식조리실. 100㎡(30평) 정도의 조리실 내부는 각종 조리기구와 냉장고 등으로 가득 차 비좁았다. 음식을 만드는 조리종사원을 피해 식재료를 담은 손수레를 끌고 다니기도 불편할 정도였다.
급식조리실 설비는 17년이 지난 것들이다. 음식을 굽는 철제 불판은 코팅이 벗겨져 사용할 수 없는 상태였다. 사용연한이 지난 튀김솥 두 개 중 하나는 고장으로 사용할 수 없었다. 냉장고도 사용연한을 넘겼다. 천장이 낮아 여름에는 음식을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한 증기와 열기로 조리실 전체가 찜통이라고 한다.
한쪽에는 1997년 설치된 온수탱크가 작동 중이었다. 탱크가 언제 터질지 모를 정도여서 사고가 나도 이상할 것이 없다고 학교 측은 설명했다.
한 조리종사원은 "지난해와 재작년 온수탱크 배관이 터져 조리종사원 2명이 화상을 입었다"면서 "'어떻게 이런 곳에서 아이들 먹는 음식을 만들 수 있느냐'는 학부모들의 항의가 끊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학교 측은 성난 학부모들에게 조금만 기다려달라며 읍소하는 한편 시교육청에 수년간 조리실 개·보수 요청을 한 끝에 내년도 급식조리실 현대화사업 대상에 선정됐다. 하지만 시교육청으로부터 며칠 전 예산이 삭감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 학교 교장은 "정말 내년에는 될 줄 알았다. 예산 사정이 어렵다는 점은 알지만 학부모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난감하다"고 말했다.
■ "교육사업은 하지 말라고?"
부산시학생교육문화회관은 최근 시교육청으로부터 사업비 4억 원 중 절반을 삭감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이 기관 관계자는 "임혜경 교육감 시절 도입된 초등학교 전면 무상급식 시행 여파로 사업비가 대폭 축소된 마당에 또다시 사업비를 깎으라고 한다. 도대체 교육사업을 하자는 것인지, 말자는 것인지 알 수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시교육청은 최근 '교원 업무 경감'을 내세워 기존의 교육정책사업 373개를 폐지 또는 축소해 예산 200억 원을 아꼈다. 막대한 시설비를 투자한 글로벌빌리지 체험학습은 '초등 6학년 의무 참가'에서 '희망학교 참가'로 대폭 축소됐고, 스마트교실 구축 사업 추진도 사실상 보류됐다. 각종 학습활동과 체험활동 관련 캠프도 상당수가 폐지 또는 축소되는 것을 피하기 어렵다.
또 올해 160억 원에서 120억 원으로 예산이 줄어든 원어민 영어강사의 경우, 내년에는 전체 사업예산 100억 원이 삭감될 전망이다. 2012년 초중고교에 528명이 배치됐던 원어민 강사는 지난해 399명으로 줄었다. 올해는 중·고교에서 원어민 강사가 빠지고 초등학교에만 300명이 배치됐다. 이마저도 내년에는 없어질 것으로 보인다.
교육환경개선사업 예산도 급감하고 있다. ▷2011년 1418억 원 ▷2012년 1415억 원 ▷2013년 941억 원 ▷2014년 888억 원이던 사업 예산은 내년에는 342억 원으로 반 토막 이상 줄어든다.
그럼에도 예산난이 가중되자 시교육청은 공공도서관과 학생교육문화회관, 어린이회관 등 직속기관에 사업비 감축을 지시했다. 시교육청 각 부서도 예산 삭감 대상을 고르느라 진땀을 흘리고 있다. 시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출장비는 물론 회의비 등 경상경비는 모두 삭감 대상이다. 그래도 목표치까지 줄이기는 힘들 것 같다. 일선 교육 현장이 예산 삭감의 여파로 제대로 된 교육사업을 진행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교육계의 한 인사는 "앞으로 경기 전망도 불투명해 또다시 세수 감소로 교부금이 줄어들면 이 같은 혼란은 반복될 것"이라며 "교부금 비율을 상향하는 방안을 정부가 강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부산시교육청 2015년도
본예산 편성 현황 (단위 : 억 원) |
세입
추정 |
3조2255 |
세출
요구 |
3조4669 |
중앙정부
(교부금·
보조금) |
2조2797 |
인건비
(공·사립
교직원) |
2조2352 |
자치단체
(부산시
전입금 등) |
6243 |
기관
운영비 |
143 |
기타
이전수입 |
16 |
학교
운영비 |
3050 |
자체수입
(자산·이자
수입 등) |
771 |
교육
사업비 |
6300 |
지방
교육채
(차입금) |
2033 |
시설비 |
2264 |
전년도
이월금 |
394 |
예비비·기타 |
559 |
※자료 : 부산시교육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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