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발한 울주군의회도 미배정
- 갈등 지속 땐 내년 개최 불투명

울산시와 시의회·울주군의회가 '간절곶 해맞이 축제'의 주관 여부를 둘러싸고 마찰을 빚고 있다. 시는 낭비성 행사여서 전면에 나설 수 없다는 반면 시·군의회는 지역의 자랑거리를 시가 외면하고 있다며 반발의 수위를 높이는 중이다. 갈등이 지속될 경우 내년 축제 개최도 불투명해질 전망이다.

21일 울주군에 따르면 시는 최근 시의회에 1차 추가경정예산안을 상정하면서 당초 예산에 포함했던 축제 관련 예산 5억2000만 원을 전액 삭감했다. 또 시는 앞서 이 행사의 주관권을 소재지 자치단체인 울주군으로 넘겼다. 간절곶 해맞이 축제는 2000년 첫 해부터 울주군이 담당해오다 2007년부터 시 주관 행사로 확대됐다.

시의 이 같은 조치는 지난 7월 취임한 김기현 울산시장이 이 행사를 대표적인 낭비 사례로 지적한 데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김 시장은 취임 때부터 지역에서 난립하는 각종 축제에 대한 대대적인 정비를 언급한 바 있다.

해당 자치단체 의회는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울주군의회는 이달 초 열린 임시회에서 군이 상정한 올해 1차 추경안 가운데 간절곶 해맞이 행사 예산 4억 원(시비 2억 원, 군비 2억 원)을 전액 삭감하는 것으로 맞불을 놨다. 시가 7년 동안 주관하다가 낭비요소가 많다며 주관권을 돌려보낸 축제를 군이 쉽게 수용할 수는 없다는 논리였다. 시의 일방적인 행정을 성토하는 목소리도 높다. 한 군의원은 "사전 협의도 없이 갑작스럽게 군으로 떠넘기는 것은 누가 봐도 잘못된 행정"이라고 주장했다.

시의회에서도 시가 효율성에 치중하다 보니 관광 및 지역경제 활성화에 역행하는 일을 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제시됐다. 시의회 행정자치위원회 소속 A 의원은 "시가 관련 예산을 전액 삭감하기 보다는 내실을 기할 수 있는 다른 방안을 내놔야 했다"고 언급했다.

울주군 주민들도 섭섭하다는 표정을 감추지 않고 있다. 이에 각 지역 이장들은 이장단 회의를 거쳐 시가 행사를 예년처럼 개최해달라는 건의서를 곧 시에 제출하기로 했다.

매년 새해 첫날 열리는 간절곶 해맞이 축제는 한반도에서 가장 먼저 해맞이를 볼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짧은 시간 내에 울산지역의 대표적인 축제로 자리잡았다. 지난해 방문객 수는 15만여 명으로, 2000년대 중후반의 1만 명에 비해 크게 늘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