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체 예산 3300만 원 들여
- 참가자 대부분 도배 베테랑
- 전국 대학생·직장인도 동참

기록적인 폭우로 삶의 터전을 잃은 부산 기장군 이재민을 위해 자원봉사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재해구호단체인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 소속 봉사단 154명이 20, 21일 기장군 46가구를 대상으로 집수리 봉사에 나선다.

희망브리지 봉사단은 이번에 21개팀으로 나눠 집수리를 진행한다. 이들 대부분은 오랜 경력에다 전문 도배사에 준하는 실력을 가진 베테랑. 자체 예산 3300만 원을 들여 빗물이 스며들어 곰팡이가 핀 벽지를 걷어내고, 물이 가득 찬 장판을 교체하게 된다. 이들은 각 가구에 반찬통 세트와 감자 10㎏도 전달할 예정이다.

봉사단은 앞서 폭우가 쏟아진 지난달 25일 기장군 일대가 아수라장이 됐다는 소식을 듣고 침수 피해 복구 작업에 나서기도 했다. 당시 급하게 20명으로 봉사단을 꾸려 이재민과 함께 물에 젖은 집기, 가구, 가전제품을 꺼내고 세탁물을 처리한 뒤 돌아간 바 있다.

이번 집수리 봉사활동은 제대로 해보자며 뜻을 모았다. 희망브리지 인터넷 홈페이지 등에 공지글을 올리자 전국 각 대학 동아리 봉사단과 대학생, 직장인 등이 휴일도 반납한 채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이들 중에는 학창시절 내내 집수리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대학생, 중국인 유학생, 휴가 나온 군인도 포함돼 있다.

인하대 기계과 2학년에 재학 중인 지청강(22·중국) 씨는 "어머니가 조선족이다. 이런 인연으로 한국에서 공부하고 있는데 지난 폭우로 기장군 주민이 많이 피해를 봤다는 소식을 듣고 한걸음에 달려왔다. 피해 주민들이 하루라도 빨리 정상적인 생활을 회복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강길홍(37·희망브리지 직장인 봉사팀장) 씨는 "5년째 집수리 봉사를 하고 있다. 휴일을 나를 위해 쓰는 것도 좋지만, 어려운 처지에 놓인 이웃과 함께 보내는 게 더 즐겁고 행복하다. 이번에 희망브리지의 집수리 봉사 1000번째 집이 나올 것으로 보여 더욱 뜻깊다"고 밝혔다.

협회는 2009년 9월 서울 노원구 중계동 사회복지시설 동광모자원의 주거환경 개선 사업을 시작으로 최근까지 전국 964가구에 도움의 손길을 보탰다.

기장군은 지난달 25일 내린 폭우로 1명이 숨지고, 649가구 1414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지난 2일 정부가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지만, 실질적인 지원책이 되질 않아 아직 상당수 주민이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하고 있다. 기장 지역 사유시설 피해 규모는 344억 원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