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치금 없어…1500명 모아

- 주부 아파트 대출 13억 잃어
- 부산경찰 96억 챙긴 8명 검거

1400억 원대의 불법 선물거래 업체를 운영한 일당이 경찰에 적발됐다.

부산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17일 사설 선물거래 사이트를 운영한 혐의(자본시장과 금융투자법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이모(45) 씨 등 3명을 구속하고, 같은 혐의로 김모(35) 씨 등 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 씨 등은 지난해 3월부터 최근까지 국내와 동남아시아 등지에 사설 선물거래 인터넷사이트 5개를 개설해 불법 선물거래 행위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결과 선물거래에 밝은 이 씨 일당은 인터넷 블로그 등을 개설한 뒤 이곳을 찾은 회원에게 거래 상담을 하는 방법으로 회원을 늘려나간 것으로 드러났다.

이 씨 등이 불법 선물거래 사이트를 운영하며 모집한 회원은 1500명에 달하며, 거래 금액만 1440억 원에 이르고, 이들이 거래수수료 등의 명목으로 챙긴 부당이득은 96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씨 등이 운영한 선물거래 사이트는 불법 스포츠토토와 유사한 형태다. 이 씨 등은 회원들에게 가상의 선물 거래 프로그램을 설치하도록 한 뒤 '코스피200' 지수의 등락을 예측해 베팅한 결과에 따라 수익금을 지급했다. 이 씨 등은 정상적인 선물거래의 경우 고액(최소 1500만 원)의 예탁금과 투자액의 일정 부분(10.5%)을 예치해야 한다는 점에 착안해 예치금 없이 선물거래 투자를 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이 씨 등은 손실을 막기 위해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는 회원에게는 미리 개설한 정상 선물거래 계좌를 빌려주는가 하면, 수익률이 높은 회원은 회원등급을 조정해 많은 금액을 투자할 수 없도록 막기도 했다.

이 씨 등이 개설한 불법 선물거래 사이트를 통해 막대한 손해를 본 회원도 잇따랐다. 주부 A(48) 씨는 서울 강남구의 아파트를 담보로 대출을 받은 뒤 사설 선물거래에 투자해 13억 원을 잃었고, B(50) 씨는 제2금융권으로부터 8억 원을 대출받아 선물거래에 나섰다가 2억 원을 탕진한 뒤 신용불량자로 전락했다.

경찰은 투자 금액이 많고, 상습적으로 불법 선물거래 사이트를 이용한 이들에 대해서는 도박 혐의로 입건할 방침이다. 경찰은 사설 선물거래 사이트는 투자금 정산을 전적으로 운영자가 책임지는 방식이기 때문에 운영자가 잠적할 경우 금전 피해는 고스란히 회원들 부담으로 남게 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박용문 사이버수사대장은 "사설 선물거래 업체는 수익률이 높은 회원은 어떤 방법으로든 탈퇴시키거나 회원등급을 낮추므로 절대 돈을 벌 수 없는 구조였다"고 말했다.